아침, 부스스한 얼굴로 칫솔질을 하다 고개를 든다. 거울. 잃어버린 언니. 검은 머리 사이에 흰 머리칼, 위치까지 똑같다.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거울 혹은 언니. 만진다. 찬 유리덩어리. 언니는 사라진다. 다시. 살아있는 것들은 사라지는 것이며, 사라진 것들은 다시 사라진다. 뱉어내고 싶어. 목구멍으로 자꾸만 흰 거품이. 입을 벌리고 거품을 보려 하지만 보이지 않아. 그런데도 사라지지 않는 거품. 입을 동그랗게 오무리고 후 하고 불면 비누방울이 되어 허공에서 반짝일까. 살아있는 것들은 사라질 것이며, 사라진 것들은 속속들이 사라진다. 사라졌다. 허나 어쩌다 내 흰 머리칼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