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를 읽는다. 시집 한 권을 다 읽도록 한 편도 이해하지 못하는 날도 있다.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어 놓을 수 없다는 듯 단숨에 읽기도 한다. 어떤 날엔 책을 덮으면 머리 어디가 찢기거나 뜯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간혹 그 틈으로 바람이 불고 새가 날고 햇살이 비친다. 그 새는 밖에서 온 것인지 머리 속에서 살고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찢어진 틈이 안팎 경계를 무너뜨리나 보다. 밤이 오고 깊이 잠들면 어느새 새는 햇살과 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어설픈 바늘자국이 머리에 남는다. 무슨 조화일까. 눈을 뜨면 나는 다시 시를 읽고 그런 어떤 날에 실밥은 뜯겨지고 다시 다른 새가 날고 있다. 그들은 모두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점점 헐거워지는 머리가죽에도 왜 머리는 가벼워지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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