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얼마큼의 고요가 필요한 것일까. 분주한 아침 한 때가 지나고 천천히 걷는다. 찬 공기가 가져온 적막과 추위를 피해 서두르는 사람들 사이로 커다란 잎이 떨어진다. 나무가 겨울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아무 것도 버리지 못했다. 무거운 외투 사이로 바람이 스민다. 어둡고 고요한 날들이 지났다. 어수선한 밝음 위로 피로가 얹힌다. 어딘가 주저앉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