듬성듬성 나무에 붙은 저 잎들은 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떨어져 죽고자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남김없이 다 떨어지고 하늘 외에는 비출 것 없는 마른 가지가 되고서야 겨울이 왔다, 고 말하리라. 화려한 빛깔은 지고, 순백의 날도 오지 않았다. 거리에는 미처 두터운 외투를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이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이 계절에 아름다운 풍경을 찾는 이 없다. 모든 틈들 중에 가장 주목받지 못하는 한 때. 가을과 겨울의 사이가 아닌 오로지 이 한 때가 가져오는 고요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