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방에 앉아 있다. 눈은 곧 익숙해진다. 어둠 속에서도 보인다. 보려는 마음도 없는데 몸은 조건에 반응한다. 낮을 생각한다. 생각에는 빛이 필요하지 않다. 코스모스를 사랑한다. 길가에 핀 꽃에게 사랑이 무슨 소용일까. 사랑 때문에 꺾이지나 않으면 다행일까. 그 꽃도 어둠 속에 있겠구나. 차가운 바람이 그 꽃을 춤추게 할까, 떨게 할까. 꽃에 대해 무엇을 아는가, 도대체 무엇을 사랑하는가. 아름다움에 대한 반응일 뿐일까. 계절이 바뀌면 꽃은 질 것이고 여러 해가 바뀌면 내가 질 것이다. 사라지는 것들. 사라질 것이라 소중한가, 사라질 것이라 부질없는가. 어둠은 고요와 어울린다. 어두운 방에 앉아 너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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