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드무비 > 내 노동으로 -- 신동문의 詩

내 노동으로

오늘을 살자고

결심을 한 것이 언제인가

머슴살이 하듯이

바뀐 청춘은

다 무엇인가

돌이킬 수 없는

젊은날의 실수들은

다 무엇인가

그 여자의 입술을

꾀던 내 거짓말들은

다 무엇인가

그 눈물을 달래던

내 어릿광대 표정은

다 무엇인가

이 야위고 흰

손가락은

다 무엇인가

제 맛도 모르면서

밤새워 마시는

이 술버릇은

다 무엇인가

그리고 친구여

모두가 모두

창백한 얼굴로 명동에

모이는 친구여

당신들을 만나는

쓸쓸한 이 습성은

다 무엇인가

절반을 더 살고도

절반을 다 못 깨친

이 답답한 목숨의 미련

미련을 되씹는 

이 어리석음은

다 무엇인가

내 노동으로

오늘을 살자고

결심했던 것이 언제인데

--신동문 詩  '내 노동으로'  全文

 

'무엇보다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
진리를 찾는다고 하여 애매한 제스추어를 부려서는 안된다.
차라리 그 진리를
버려야 한다.' (장용학의 <요한시집> 중)
그 무렵(80년대 중후반) 내가 찾아 읽었던 책들은 다행히 나에게 어느 정도의 
균형감각과 객관성을 가지게 해주었다. 
객관성과 균형감각은 내가 지금도 유지하고 싶어하는 덕목이다.
신동문의 '내 노동으로'......이렇게 쉽게 유장하게 써내려간 시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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