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삶을 살고 싶었다. 작은 메모를 남기고 몇 차례 버스를 갈아 타고 먼길을 갔다. 가본 적 없는 곳에서 입어본 적 없는 옷과 불려본 적 없는 이름을 갖고 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다르고 새로운 삶 속에서도, 익숙한 생각과 그 삶에 익숙해지려는 애씀이 하루를 가득 채웠다. 존 카바진의 말처럼 어디를 가든 거기엔 내가 있었다.

멋진 풍경 속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에게 편안한 마음과 좋은 이웃이 있는 곳이 살기 좋은 곳이라고 말한다. 어떤 풍경도 사람의 마음을 이기지 못한다. 아이가 "엄마"하고 부른다. 순간 나는 엄마가 된다. 다른 삶이 펼쳐진다. 아이는 매일 자라고 매일 새롭다. 아직도 나는 엄마라는 삶에 익숙해지지 않는다. 다른 삶이라는 것도 사람에게 있다. 지금 여기에 있는 다른 삶.

그럼에도 간혹 목소리마저 내려놓고 사라지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다고 그것이 꼭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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