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_곽재구

저물 무렵 
소나기를 만난 사람들은 
알지 
누군가를 고즈넉이 그리워하며 
미루나무 아래 앉아 다리쉼을 하다가 
그때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본 
사람들은 알지 
자신을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격정이란 것을 
사랑하는 이를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분노라는 것을 
그 소나기에 
가슴을 적신 사람이라면 알지 
자신을 속이고 사랑하는 이를 속이는 것이 
또한 얼마나 쓸쓸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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