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쏟아지는 생각들. 잠 밖으로 비집고 나온 꿈 같다. 어느 드라마. 아들이 뇌종양에 걸렸다는 말을 듣고 죽어버리는 아버지. 아들을 살릴 생각은 않고. 그가 이해가 된다. 그는 여력이 없었구나 하고. 겨우겨우 하루를 견디던 그는 새로 전개될 삶에 자신이 없었구나 하고. 생각은 내 아버지에게로 이어진다. 아버지 등 뒤에 누워 몇 번이나 아버지, 아버지의 부푼 배 좀 보세요. 아버지는 이제 곧 죽을 거예요, 말하려고 했다. 불 같은 아버지가 그런 소릴 들으면 곧 꺼져버릴 거라고 가족들이 말렸다. 내가 아무 말 안 했는데도 아버지는 짧게 타오르다 꺼졌다. 입을 크게 벌리고 내뱉는 아버지의 마지막 호흡호흡마다 하고픈 말들. 결국 소리가 되지 못했다.
차마 하지 못하는 말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가슴에 내려앉았다 육신을 태울 때 함께 재가 될까. 흙 속에서 작은 벌레들이 갉아 먹을까. 나도 아버지처럼 차마 못할 말을 끝내 하지 못하고 꺼져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