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하안거 결제일이다.
오늘 선방에 가서 자리와 사물함을 정했다. 선방 노트를 봤더니 보살님들의 연세가 적혀 있다. 거의 70대다. 80에 가까운. 나이가 드신 줄은 알았지만 생각 이상이다. 그런데도 참 젊게 보이신다.
입승 보살님이 저번 달에 세상을 뜰 뻔 하셨다고 한다. 그렇게 편찮으셨다고. 그러자 다른 보살님이 고비를 넘겼으니 올해는 살겠네 하신다. 입승 보살님 왈 "올게(올해)가 안 지났는데 어째 아노? 지나봐야 알제". 웃으며 나누시는 대화. 연세가 여든이 훨씬 넘은 두 보살님의 대화이고 보면 웃으면서 듣기가 뭐하다.
절에 주지 스님이 바뀌었다. 새로 주지가 되신 스님은 선수행을 하신 분이라 선방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셨다. 선방 생활의 여러 가지 부분에 대해 배려해 주셨다. 그분의 수행의 흔적은 손가락이다. 손가락 두 개가 없다. 입승 보살님은 선수행 하시는 분이 새로 주지가 되신 것에 대해 감사하고 기뻐하신다. 아이처럼 즐거워하신다.
젊은 노보살님들. 죽음을 두려워하시지 않는 분들. 내가 무슨 복이 이렇게 많아 이런 분들의 도반이 되었나 생각하면 흐뭇하고 감사하다. 재가자라고 핑계대며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을 몸으로 보이신다.
내일은 결제일이다. 나날이 결제일이어야 겠지만 날을 따지고, 결심을 해야 하는 내게는 또 다른 시작이다. 내일은 결제일이다. 화두를 향해 마음을 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