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돼지
고이즈미 요시히로 지음, 김지룡 옮김 / 들녘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어로 돼지는 "부다", 불타 즉 부처는 "부쯔다"이다. 두 단어의 발음이 유사하기 때문에 제목이 부처와 돼지가 되었을 것이다. 그것이 돼지이든 부처이든 그것은 말일 뿐이다. 그것은 실체가 아니다. 그러니 누가 돼지라도 불러도 괘념치 마라. 나의 실체는 돼지가 아니지 않는가. 돼지란 말은 아무 것도 아니야!

이 책에는 돼지가 등장한다. 돼지는 회사도 다니고, 연애도 하고, 분노도, 절망도 한다. 모양이 돼지라서 귀엽고 우스꽝스럽다. 만화라서 단순하다. 하지만 내 이야기가 아닌 것이 별로 없다. 정말 이 돼지는 나를 닮았다.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마음이 상하고 분노하는 그 실체가 무엇일까? 분노할 만한 일인가? 내 내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사실, 이 책은 심각하지 않다. 계속 웃으면서 볼 수 있다. 두껍지도 않고, 글자도 별로 없다. 만화다! 모두 세 권으로 되어 있다. 1,2권은 우리 일상의 웃지 못할 움직임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3권은 불교 경전에서 본 듯한 것들이 많이 있다. 1,2권만 보아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저자도 말한다. 1,2권이 재미있다.

단순하고, 재미있다는 것은 참 힘이 있는 것이다. 두려움 없이 책을 펼 수 있다. 거기에 있는 나를 보고 맘껏 웃고는 조용히 되돌아볼 수 있다. 게다가 강요라기보다 이 모습은 어때? 너랑 비슷해? 하고 묻는 것만 같다.

친구에게 빌려줬더니 1,2권은 자기가 갖겠다고 한다. 나도 선물받은 건데...단순하고 재미있어서 누구에게나 선물할 수 있다. 방 어디에 굴러 다니게 해두었다가 또 읽으면 또 웃다가 또 나를 발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용이 영 만만한 것만은 아니다. 우스꽝스러운 그림 속에 "공"과 진리에 대해 말하고 있으니. "있는 그대로" 보기가 어디 쉬운가? 내 마음 속에 소음과 먼지들이 있는 그대로를 보이게 않게 한다? 

아니다! 진리는 본래 만만한 것일지도 모른다! 만만한 진리를 어렵게 하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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