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산자전
감산 지음, 대성 옮김 / 여시아문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감산 스님이 해설하신 중용을 읽고는 이 스님이 쓰신 책 중 번역된 책들을 죄다 찾아서 사 두었다. 하나씩 읽을 생각이었는데 그중 가장 먼저 든 것이 이 책이다. 어느 제자가 스님의 자서전을 청하였더니 금방 써서 주셨다고 한다.

주로 사건 중심으로 간략하게 기록되어 있지만 곳곳에 스님의 체험 등이 엿보인다. 참선을 해도 금방 깨치시고, 글을 배우실 때는 책을 완전히 외우시는 데 별로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아, 그러니 이 사람은 천재로구나 하고 나와 관계 없는 사람인양 쳐다볼 뻔 하였다. 그런데 그 어머니를 보니 생각이 좀 달라진다. 그의 어머니는 관세음보살을 일념으로 염하는 분으로 아들의 출가를 막지 않으셨고, 출가한 아들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아들이 귀양을 갔을 때에도 '나도 생사에 집착하지 않는데 너의 생사를 걱정하랴'고 위로하신다. 참으로 그 어머니가 생사의 큰 일을 해결한 분이 아닌가 싶다. 그런 어머니 아래 태어나 어려서 출가하여 대중을 교화함에 위로는 왕실과 아래로는 불교를 모르는 바닷가 사람에 이르기까지 미치지 않는 바가 없고, 홀로 수행함에 그 경계가 범인이 이를 수가 없었다. 출생부터 그런 어머니를 만난 인연을 보건대 전생의 수행함이 이미 이 경지에 이르러 사람몸을 받았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니 이 사람이 천재니 나와 다르다 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밥 먹듯이 물 마시듯이 묵묵히 수행하다 보면 아 그 사람의 경계가 그러했구나 할 날이 있으리라는 희망이 오히려 생긴다.

깨달아도 세상이 변하는 것은 아니라, 업은 업대로 가고 깨달음은 깨달음대로 간다. 깨친 후에도 귀양을 다니고 무고를 당함을 보니 그러하다. 깨달음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님을 확실히 알 수 있다. 그것은 진리를 알고자 하는 것이요, 자신이 누구인지 보고자 하는 것이요, 바른 견해를 갖고자 하는 것이리라.

누가 내게 자서전을 써보라 한다면 오늘 내게 쓸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오늘 수행한 이야기가 내일의 글이 될 수 있을 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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