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들 사이에서 천수경과 반야심경만큼 많이 읽히는 경전은 아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도 장장 6개월이나 걸려 겨우 천수경을 외운 터다. 분량도 한 15분이면 읽을 수 있고, 감사나 참회, 발원기도도 함께 있어 읽기 좋다고 생각했는데 불교에 관한 서적들을 조금씩 읽으면서 천수경을 다시 보게 되게 되었다. 

무언가를 외우고 있는 것은 참 편리한 일이다. 책을 들여다 보지 않고 강의를 들을 수 있으니 청소를 하면서, 빨래를 개면서, 밥을 먹으면서도 들을 수가 있다. 혜국 스님도 쉽고 재미있게 강의를 하셔서 그렇게 들어도 무리가 없었다.

전문강의가 아닌 법문이다 보니, 시간제약도 있고 해서 그런지 천수경 자체의 구절 하나하나에 대해 다 설명하신 것은 아니고 스님이 꼭 불자들이 들었으면 하시는 내용을 중심으로 강의가 이루어졌다.

특히 천수경의 본래 제목인 "천수천안관자재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대다라니계청" (수없이 많은 손과 눈을 가지신 관세음보살님이시여,  넓고 크며 원만하여 장애가 없는 큰 자비심으로 대다라니를 열어 주실 것을 청합니다)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천수경의 핵심은 "신묘장구대다라니"이다. 일부러 해석을 하지 않고 신묘한 것으로 두고 읽는 것인데, 예전에 이것을 해석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거의 모두가 부처님들을 찬탄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혜국 스님은 대다라니는 해석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고, 오로지 그 신묘하고 알지 못하는 "그것"이 중요한 것이며, 그것이 화두참선과도 다르지 않는 무엇이라고 하셨다.

평소에도 잘 읽는 경전이지만 혜국 스님의 말씀을 듣고는 아주 편하고, 자신있게 독송을 권할 수 있게 되었다. 또 경을 읽는 것과 염불이나 진언, 참선 등 이 모든 수행법이 결국 다르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스님 말씀을 정좌하고 듣지 않고 집안 일을 하면서 듣는 것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내게는 잡념도 없애주고, 내가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나 저절로 들여다 보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좋은 법문을 일하면서 듣는 것도 퍽 괜찮은 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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