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옹 스님 연의, [임제스님 말씀 차별없는 참사람], 2002, 차별없는참사람 

 

 

알리딘에 리뷰를 쓰려고 보니 이 책이 없다. 그래서 여기에 쓴다.

선문답으로 가득찬 답답한 책은 아닐까 염려했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다소 편집의 힘이었을까? 커다란 글씨가 한눈에 들어온다.

대중에게 보여 말씀하시는 "시중"(示衆)과 선객이 서로 깨달음에 참과 거짓, 체험의 깊고 얕음을 감정하여 분별하기 위한 문답인 "감변"(勘辨), 임제스님의 "행록"으로 나누어 정리가 되어 있다. 대중에게 보이신 말씀이라 그런지 시중편은 내게 와 닿고, 책장이 쉽게 넘어 갔지만 감변과 행록은 그 자체가 모두 선문답이다. 알 수 없지만 그 긴장과 순간순간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이해가 간다고 말하자마자 임제스님의 몽둥이가 내려앉는다.

밖으로 깨달음을 구하는 것은 머리 위에 또 머리를 얹는 어리석은 행위일 뿐이요, 깨달음은 잠오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는 그런 평상 가운데 있다고 말씀하신다. 평상 가운데 있으니 참선도 말고, 경도 읽지 않고 하루하루 보내는 될 일이 아닌가? 이미 다 갖춘 부처가 부처되는 일로 자신을 괴롭히는 일이 귀중한 금가루를 눈에 넣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고도 하신다. 우주의 진리를 뉴턴이나 아이슈타인이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이다. 그저 발견할 뿐이다. 우주에 대해 바른 견해를 가질 수 있을 뿐이다. 이미 가진 것도 있는 줄 모르면 쓸 수가 없다. 이미 진리가 온전하여도 순리를 모르는 이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니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가 없는 것이다. 오직 간절함이 해결할 것 없는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밖으로 구하지 말라는 말을 듣고, 누가 안을 들여다 본다면 그 어리석음은 앞의 어리석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

도를 배우는 여러분이여, 불법은 공을 써서 힘써 조작할 것이 없다. 다만 평상대로 해야 아무 일이 없다. 대변을 보고 소변을 보며 옷을 입고 밥을 먹으며 피곤하면 누워서 쉽다. 어리석은 사람은 알지 못하고 비웃지만 지혜 있는 사람은 잘 안다. 옛사람도 이르기를 '밖을 향하여 공부하는 것은 다 크게 어리석은 놈이다'고 했다.

눈먼 사람아, 머리 위에 또 머리를 얹으려고 하는구나. 그대 무엇이 모자라는 것이 있느냐? 내 눈앞에서 작용하는 그대 자신이 조사인 부처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왜 믿지 않고 바로 밖으로만 구하느냐? 잘못해서는 안 된다. 밖에도 법이 없고 안에도 얻을 게 하나도 없다.

그대들이 아는 것이 있으면 바로 다른 사람을 경멸히 여겨서 승부를 다투는 아수라가 된다. 그래서 나다, 너다 하는 깜깜한 마음으로 지옥에 떨어지는 악업을 더욱 더욱 짓는다.

여러분, 우물쭈물 날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나도 옛날에 깨닫지 못했을 때에 깜깜해서 아득해었다. 광음을 헛되이 보낼 수가 없어서 뱃속은 불이 나고 마음은 바빠서 부산하게 도를 찾아 물었다. 그러한 후에 훌륭한 선지식의 법력을 입어서 비로소 오늘 여러분과 이와 같이 이야기할 수 있게끔 된 것이다. 도 배우는 여러분에게 권하노라. 의식을 위해서 살지 말라.

왕사시는 말했다. "경도 안 보고 참선도 하지 않으면 필경 무엇을 합니까?" 임제스님이 말했다. "모두 저 사람들을 부처로 되게 하고 조사로 되게 하느니라" 왕상시는 말했다. "금가루는 귀중하지만 눈에 들어가면 눈병이 된다고 하는데 , 이것은 어떠합니까?임제스님이 말했다. "그대를 속인이라고만 생각했더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