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희야, 오랜만이야. 네게 마지막으로 편지를 쓴 것이 4월이었지?

오늘 네가 우는 걸 봤어. 아주 오랜만에 터져나오는 울음을 우는 너를 봤어. 기도로 평안을 얻었다고 하더니 기도를 하다 우는구나.

잠시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기도란 바램이 아니고 참회와 감사뿐이라는 것을. 잊었던 전생의 업처럼  묻혀있던 기억들이 쏟아져 나오고, 거기에는 잊고 싶던 옛 너의 모습도 서 있었지.

지금와서 누구에게 잘못을 빌 수 있겠니? 연락이 닿지 않는 얼굴들,  너만 기억하고 아무도 기억도 못할 사소한 잘못들, 혹은 네 마음만이 지은 얼룩들...그때 내 마음이 이래서 지금 미안하다고? 잘못은 고사하고 너를 기억이나 할까? 너의 기억들이, 너의 기억 속의 사람들이...

그러나 네 마음의 티끌이 자꾸만 커져 보이고 이제 눈물로 씻을 때가 되었나 보다. 

네가 매일 새벽 기도하는 걸 알고 있어. 그 기도에 이제 참회의 기도가 좀더 길어질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어.

성경에 쉬지 말고 기도하고, 범사에 감사하라는 그 말씀이 오늘도 떠오른다. 쉬임없는 기도 속에서 슬픈 기억조차도 참회의 대상이 되어 너를 맑히리라 생각하니 또한 감사한 마음이 인다.

항상 너를 바라본다. 쉬임없이 기도하기를, 부질없는 것에 집착하지 않기를, 네 평안이 언젠가 차고 넘쳐서 누군가를 젖힐 수 있기를.

네가 너를 맑혀 맑고, 깊고, 넓은 평안 가운데에 있는 모습을 그려 본다.

언제나 너를 사랑한다. 선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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