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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미카엘 엔데 지음, 차경아 옮김 / 청람문화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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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들을 줄 아는 귀를 가진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누군가에게 말하고나서 괜히 말한 것은 아닌지 불안해한 적이 있을 것이다. 듣는다는 것은 소리만을 듣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가 마음에 여유가 있고, 열려 있을 때 내게 말하는 이는 평안을 느끼고, 말한 다음에도 찌꺼기처럼 자신에게 남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마음이 조급하고, 닫혀 있을 때는 말하는 사람도 힘들고, 하고 나서도 왜 했나 싶게 된다. 모모가 언제나 들을 줄 아는 귀를 가졌다면 그 아이는 언제나 마음이 평온했으리라. 쫓기지 않는 마음이 그런 평안을 가져왔을까? 시간이나 상황에 쫓기지 않는 그 마음은 욕심 없음에서 나온 건 아닐까?
시간도둑에게 시간을 빼앗기는 사람은 처음에는 아주 작은 욕심으로 그렇게 하지만, 나중에는 빨라진 시간에 대처하느라 모모를 만날 시간도 없어진다. 그리고는 왜 그렇게 바빠졌는지 모른다. 오늘 나는 시간을 팔아 무엇을 사들이고 있을까? 모모처럼 할일 없는 사람처럼 가만히 있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이 시간도둑의 담배를 말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시간을 절약함으로써, 결국 실제로는 전혀 엉뚱한 것을 아끼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어느 누구도 자기의 삶이 점점 빈약해지고, 단조로워지며, 차가워져 간다는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