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비룡소 걸작선
생 텍쥐페리 지음, 박성창 옮김 / 비룡소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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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나는 이 책을 외우기까지 했었다. 얼마전 조카에게 이 책을 선물하면서 다시 보았다. 참 신기한 책이다. 참 신기해. 여우와 어린왕자의 대화가, 그 다음엔 알약 파는 사람과 샘의 이야기가, 그후엔 너무 어려서 꽃을 사랑하지 못한 왕자의 이야기가, 그리고 일시적인 존재이기에 더욱 소중하다는 이야기...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새로이 살아났다.

일주일에 53분을 절약할 수 있는 알약 파는 사람이 알약을 사라고 어린왕자에게 말했을때 어린왕자는 사람들이 그 53분으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했다. 알약파는 사람은 그 시간으로 사람들이 하고 싶은 걸 한다고 대답했다. 그때 어린왕자는 '내게 그 53분이 있다면 샘을 향해 천천히 걸어갈텐데..'라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마음에 좋을지도 모르는 물'을 마시기 위해 사막의 어둠을 걸어 축제처럼 즐겁게 그 샘을 만난다. 목이 말라서가 아니라 그저 마음에 좋을 것 같아 샘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다. 목을 축이려는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욕심 없는 발걸음...

이 이야기는 늘 나를 돌아보게 한다. 돈을 번다, 시간을 절약한다, 그렇게 알약을 사서 먹는다, 그리고는 무엇을 하는가? 내 자신을 찾아 떠나기엔 사막의 막막함처럼 내 삶이 막막하게만 느껴지는가? 두려운가? 왕자처럼 아무 계산 없이, 욕심 없이 동틀 무렵 샘을 발견하리라는 믿음이 내게는 없는 것일까? 나도 그 물을 마시고 싶다. 알약말고, 마음에 좋은 물을.

사막 한 가운데에서 샘을 향해 떠날 수 있는 어린왕자도 후회라는 것을 한다. 지리학자의 설명에 따르면 꽃은 일시적이며, 일시적이라는 말은 곧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다는 뜻이다. 그런 꽃을 두고 온 것을 후회한다. 그리고 너무 어려서 그 꽃이 그의 별을 향기로 뒤덮게 한 행위를 보지 못하고, 허영에 찬 꽃의 말만을 들었던 것에 대해, 너무 어려서 제대로 사랑하지 못한 자신에 대해 후회한다. 여우의 말처럼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꽃의 향기처럼 보이지 않지만 우리 존재를 뒤덮는 것이다. 누가 중요한 일을 하는가? 나는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야 라고 매일 외치는 버섯이 되지 않으려면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하는 건 아닌지...

아, 자꾸만 살아난다. 어린왕자. 그의 별과 그가 친구가 되고 싶어 했던 가로등 켜는 사람, 수수께끼 같은 말만 하는 뱀, 그리고 왕과... 그 모두가 내 친구였다. 살아있는 책, 살아나는 책, 신기한 책-어린왕자. 아, 어린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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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16 14: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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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19 22: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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