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도를 처음 만난 것은 1995년 [문예중앙]에서였다. '나의 새'라는 시가 한눈에 확 들어왔다. 그 잡지의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던 그는 개구리가 밤에 따뜻한 아스팔트를 찾다가 차에 깔려 죽는 이야기를 하며 자신이 상을 받는 행위가 개구리의 행위처럼 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의 당선소감을 썼다. 늘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는 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후 그가 시집을 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우연히 서점에서 다시 만난 그는 결혼을 하고, 강원도의 농사꾼이 되어 있었다. 시집에서 첫번째 시는 '침묵'이었다. '바람 속에 내가 있었으므로 바람의 처음과 끝을 이야기 하지 않았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철학이 아니라 순간과 삶 속에 있었다. 그는 이미 새들이 막 잠에서 깨어 새들의 눈이 그를 바라보는 것을 보았으리라. 그의 시가 훌륭한지 그렇지 않은지 나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바라보고 웃는 작은 것들을 나도 보며 따라 웃을 수 있다. 그가 걷는 그 산길을 따라 걷는다. 그리 험하지 않고, 고요하면서도 뭇 작은 생명들이 눈을 반짝이고 있는 그런 산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