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나를 찾지 말라...무책임한 탄식들이여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이여그의 시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의 마지막 구절이다. 그의 시는 중얼거림 같다. 어둠 속의 중얼거림. 처음 기형도의 시를 읽을 땐 어둠밖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가슴이 답답해서 책을 덮었다. 그 후, 어둠에 좀 익숙해진 내 눈이 기형도의 시어를 보았다. 이미지들. 훌륭했다. 어둠 속에서도 알알이 빛났다. 다시 편 이 책은 철학책 같았다. 좀더 자세히 그의 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만 갈갈이 시집을 찢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만둔다. 어쨌든 익숙해진 까닭인지 어둠보다 그의 중얼거림이 이제 더 잘 들린다.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 크고 넓은 이파리를 피워내는 나무들처럼 희망-그것도 다른 이들이 누리고 있기 때문에 나도 누리고 싶은 질투로 가득찬 희망-과 그 희망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탄식들에게 자신을 찾지 말라고 한다. 그는 솔직하다. 지나치게 솔직하다. 그 지나침이 그를 이 세상에 살지 못하게 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