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올 김용옥의 금강경 강해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199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은지 몇 달이 지났다. 그래서 생생하게 이 책에 대한 인상이 남아있지는 않다. 책을 안 읽어도 습관적으로 알라딘에서 <금강경>이라고 빨리찾기를 치는 내게 이 책은 언제나 눈에 띈다. 오늘은 제일 위에 이 책이 놓여 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으려는 마음이 없었다. 도올의 노자에 대한 책이나 화두에 관한 책을 읽고 크게 실망했던 나로서는 다시 그의 책을 읽고 싶지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스님이 쓰신 금강경 관련 서적-제목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에서 도올이 쓴 이 책이 재가자가 쓴 서적 가운데 훌륭하다는 평가가 있어서 읽게 되었다. 서문에 법정 스님까지 글을 남겨 주셨으니 이 책은 무언가 다르리라.
그러나 내 인상으로는 별로 다른 것이 없었다. 일반적인 내용에 현학적 색채와 자신의 감동을 입혀 두었다. 아래의 10편의 마이리뷰 가운데 여러 편이 이 책이 한역이 아닌 방식으로 번역해서 읽기가 좋았다거나 산스크리트어를 인용해 원전해석에 접근해 있는 점을 높이 사고 있다. 만일 그런 책을 원한다면 석진오의 <금강경연구>나 각묵스님의 <금강경역해>가 더 적절할 것이다.
도올의 금강경은 '자기식으로' '자기 세계'를 갖고 싶어하는 지식인과 신앙인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답습하지 않는 태도는 훌륭한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도올의 금강경의 독창성이 어디에 있는지 나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차라리 <금강경강해>가 아닌 '금강경 에세이' 정도가 더 진솔한 태도의 제목이리라.
나의 실망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의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 도올의 이름과 그의 강한 어투가 많은 사람에게 책장을 쉽게 넘기게 한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갖고 있다. 나 역시 도서관에서 금강경에 관한 서적을 열 권 가까이 빌려왔을 때 제일 먼저 그의 책을 읽었다. 왜냐하면 빨리,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고, 내 생각은 적중했다. 사실 이 책은 쉽다. 그러나 현학적인 색채로 읽은 이에게 뭔가 새롭고 대단한 것을 읽게 한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어쨌든 대중에의 접근성이 돋보인다. 금강경 같은 서적을 텔레비전에 소개하고, 책으로 읽게 하는 도올의 힘은 가이 가공할 만하다. 조금의 비아냥도 없이, 진심으로 고전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일으킨 점에서는 도올과 그의 서적에 대해서 높이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