눕기의 왕 / 임지은



뒤통수가 사라진다 누워 있었기 때문에

떠다니는 하품을 주워 먹는다 누워 있었기 때문에

아침이 돼서야 이를 닦는다

누워 있었기 때문에 ‥​

 

먹지 않고 걷지 않는다

일어나고 싶은 마음이 늦겨울 봄볕처럼

아주 잠시 생겼다 사라진다

 

뭐든 중간이라도 가려면 가만히 있어야 하고

가만히 있기엔 누워 있는 것이 제격이니까

다른 걸 하려면 할 수도 있는데

안 하는 거다

 

? 누워 있으려고

 

그리하여 나는 시도 때도 없이 어디든

누워 있을 수 있게 된다

 

밥상, 난간, 동전뿐인 지갑

젖은 하루가 마르고 있는 빨랫줄

밥은 먹었어? 같은

질문이나

내 그림자 위에 포개진 다른 사람의 그림자까지

 

졸음을 데리고 와 같이

 

졸음은 죽음이 아닌데 코가 비슷하고

같은 베개를 나눠 쓰고

음음허밍을 하고

 

부서진 마음만 골라 딛고

 

이 방은 혼자 눕기엔 너무 넓으니까

때론 건조해서 코피가 흐르니까

누구도 마침표를 찍으려고 하지 않으니까

 

이 시는 지금 누워 있고

도무지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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