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ki 2004-04-23  

참새가 민들레 꽃잎을 뜯고 있다.
뜯어선 잘근 잘근 씹고 있는 모양이라니...
고 옆에선 짝지로 뵈는 참새가 마른가지를
양껏 물고선 어디론가 날라 갔다 왔다...
봄이구나.
봄만큼 감동스런 계절이 있을까.
삐쩍해선 저게 어디 나무 구실하겠나 싶던 것들이
꽃을 한껏 달고 있는 걸 보고 있자면,
그 꽃이 후득 후득 떨어지는걸 보고 있자면,
심장이 철근이래도 눈물이 나지 않을수 없다.
오늘은 떨어지는 목련에 따라 울다가
문득 네가 보고 싶어 히말라야에 들렀다.
이런게 있어 좋네.
전화하기도 뭣한 시간에 이렇게 들러 네 글을 읽다 보면
너를 만난것처럼 마음이 좋다.
안녕. 친구야.
 
 
이누아 2004-04-23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식제연"에 친구들도 글을 쓸 수 있도록 해 두었다. 다음엔 거기에 쓰거라. 아무래도 이곳은 방이 아니라 마루쯤 되는 듯한 느낌이다. 방에 들어와 얘기하라고. 목련을 과부꽃이라고 부른다고. 꽃이 혼자 먼저 피니까. 동백이나 목련은 정말 눈물처럼 뚝뚝 떨어지며 진다.
류시화의 시다.



목련



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 보기도 전에 나는
삶의 허무를 키웠다
목련나무 줄기는 뿌리로부터 꽃물을 밀어올리고
나는 또 서러운 눈물을 땅에 심었다
그래서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나는 버릴 수 있었지만
차마 나를 버리진 못했다

목련이 필 때쯤이면
내 병은 습관적으로 깊어지고
꿈에서마저 나는 갈 곳이 없었다
흰 새의 날개들이 나무를 떠나듯
그렇게 목련의 흰 꽃잎들이
내 마음을 지나 땅에 묻힐 때
삶이 허무한 것을 진작에 알았지만
나는 등을 돌리고 서서
푸르른 하늘에 또 눈물을 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