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자리
아니 에르노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그를 멸시한 세계에 내가 속하게 되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그의 가장 큰 자부심이요, 심지어는 그의 삶의 이유 자체였는지도 모른다.-p.127

 

에르노식 애도일기라고 해야 할까. 딸을 이해할 수 없지만 딸이 자신과 다른 세계에 속해 있는 걸 자랑스러워했던 아버지 이야기다. 지식인 딸과 노동자 아버지로 바꿔 말하려니 너무 딱딱하게 느껴진다. 남자로서의 아버지보다 그냥 아버지 이야기 같아 아버지의 자리가 더 어울리는 제목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길지 않은 이야기인데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다 담겨 있는 것 같다. 글이 뭔가 그럴 듯하게 보이려고 하는 게 없어서 좋다. 책을 덮으면 다 아버지 생각이 나지 않을까. 나도 아버지 생각이 났다. 유학자 아버지와 서울대생 아들을 둔 노동자. 에르노의 아버지가 자신의 자리에 만족하고 충실했던 것과 달리 아버지는 아버지의 자리가 본래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셨다. 이렇게 사는 게 아닌데, 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그러나 달리 살지 못하고 그렇게 살다 돌아가셨다. 마음이 울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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