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말

_신미나

 

 

요새 택배비 얼마나 한다고

저 무거운 걸 지고 다녀

거지같이

 

누구더러 하는 소린가 했더니

 

붐비는 사람들 사이로

아버지가 온다

쌀자루를 지고 낮게 온다

 

거지라니,

불붙은 종이가

얼굴을 확 덮친다

 

다 지난 일인데

얼굴에 붙은 종이가

떨어지지 않는다

 

-신미나,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창비, 2021)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홍역을 앓고, 학교를 한 달 이상 가지 못했다. 홍역이 나았지만 소풍을 갈 수는 없었다. 엄마는 오빠를 따라가야 했다. 엄마는 오빠의 소풍 가방과 똑같이 내 소풍 가방을 싸 주셨다. 집에 있더라도 김밥과 과자를 맘껏 먹으라고. 홀로 남겨진 나는 집에만 있지 않고 밖에 나갔다. 아마도 누워 있다 바로 나가서 헝클어진 머리에, 옷도 엉망이었을 것이다. 지나가던 아이가 쟤, 거지 아냐? 하는 소리를 들었다. 거지라니, 불붙은 종이가 얼굴을 확 덮쳤다. 그 순간 나는 고아고, 거지였다. 다 지난 일인데 얼굴에 붙은 종이가 아직도 떨어지지 않는다. 말은 이렇게 무겁고, 무섭다. 그런 말은 한 인간을 불태우는 성냥개비, 라이터, 가스통이 되기도 한다. 불붙은 얼굴은 재가 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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