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혼
_배수연
너에게 할 말이 있어
쉿, 숲 속의 양들이 춤을 추고 있네
캐럴에 흔들리는 종처럼 신이 나기 시작했어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 볼래
너에게 줄 선물이 있어
이런, 목에 깃털이 잔뜩 뽑혀 있네
빨갛게 부푼 곳에 맑은 꿀을 발라 줄게
조금만 조금만 가까이 와 봐
바람 없는 날의 나뭇잎은 정말
움직이지 않는 걸까
우리가 함께 서 있을 때에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 나의 지친 헝겊들을 네가 알아봐줄까
너의 외투 속을 날아다니는 작은 새
그 새의 둥지를 부수지 않고
너를 꼭 안아 줄 수 있을까
선물 상자를 열면 뜨거운 수증기가 올라온다
앵두들이 한 움큼 익어 가고 있을 거야
너의 안경이 하얗게 변할 동안
나는 눈을 세 번 깜빡깜빡하고
그사이 두 번 입맞춤을 할게
양들은 색 전구를 켜러 집으로 돌아가고
목에는 아카시아 향기가 남았구나
너에게 할 말이 있다는 걸 아직 잊지 않았다면
매일매일 너에게 선물을 주고 싶어
함께 호호 불어 가며 익은 앵두를 먹자
수많은 낮과 밤
피어오른 수증기가 우리의 머리에 폭설로 앉는 동안
나의 눈은 너의 곁에서
깜빡깜빡 입맞춤을 하고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