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하는 여인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지음, 이지순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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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 그것은 기쁨이자 고통이다. 난 간혹 여름에 느끼는 목마름처럼 뭔가 적고 묘사하고 싶은 강한 욕구에 사로잡힌다. 덧없지만 아롱지게 반짝이는 형용사를 붙잡으려는 위험한 장난을 시작하고 싶은... 그러나 그것은 곧 멈춰 버릴 짧은 위기이며 근질근질하게 가려운 흉터 자국에 지나지 않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참으로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게다가 난 발자크 같은 위대한 작가도 아니니... 내가 쓴 섬약한 이야기들은 배달부가 벨을 울릴 때, 구두 수선 아저씨가 수선비 계산서를 내놓을 때, 소송 대리인이 전화를 걸 때... 와르르 무너진다. - P16

뮤지컬 배우이고 마임 배우이고 무희이기도 한 내가 돈을 계산하고 물건값을 깎고 흥정하는 지독하고 성실한 상인으로 변한 것이 놀라울 뿐이다. 그것은 비록 돈 버는 재주가 없던 여자라도 자신의 삶과 자유가 전적으로 돈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 금방 배우게 되는 일이다. - P34

결혼이란 대부분의 남편들이 자신의 아내를 간호사로 만들어 버리는 일종의 노예화인 거죠. 결혼한다는 것, 그것은...무어랄까? 음... 말하자면 남편이 먹어야 할 돼지갈비가 너무 타지 않았는지 생수가 너무 차갑지는 않은지 와이셔츠의 풀을 잘못 먹인 건 아닌지 칼라가 너무 후줄근한 건 아닌지 목욕물이 너무 뜨겁진 않은지 늘 긴장하며 사는 것이지요. 그러다가 결국 탐욕, 인색함, 게으름, 그런 남자의 괴상한 성격 사이에서 완충제 역할을 하느라 지치겠지요. - P188

게으르고 향기로운 빗방울을 한 방울씩 뿌리며 검은 먹구름이 머리 위로 지나간다. 빗방울 하나가 내 입가에서 별 모양으로 부서진다. 나는 황수선화 맛이 나는 미지근하고 먼지 섞인 그 빗방울을 마신다. - P269

난 혼자다...그것은 오래 전부터, 그래서 난 혼자 중얼거리거나 개, 난롯불, 거울의 내 모습과 이야기를 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지... 그건 아마도 은둔자들이나 오랜 형기의 죄수들이 갖게 되는 괴벽일 게다. 하지만 난, 나는 자유롭다. 내가 혼잣말을 한다면 그건 내 생각이 리듬을 붙여서 좀 더 잘 정리하려는 욕구에 지나지 않는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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