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다.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자전거는 자전거 도로로, 차들은 차도로 달리는데 차소리가 자전거를 쫓아오는 것 같다. 소리로부터 달아난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차들은 자전거를 지나쳐 간다. 가로등 때문일까. 그림자가 서넛이다. 서너 개의 그림자만 악착같이 자전거를 따라온다. 가엽다.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자 비눗방울이 뒤에서 솟아오른다. 자전거의 속도를 줄인다. 딸을 위해 한 아빠가 부는 중이다. 비눗방울을 생각한다. 오래 전 밤에 옥상에 올라 비눗방울을 불곤 했다. 지나는 이들 중에 오로지 아이들만 골목에 가득한 비눗방울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른들 눈에는 비눗방울이 보이지 않았던 걸까. 내게 아직 아이의 눈이 남아 있는 걸까. 비눗방울이 밤을 따라 떠오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