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는 어디 있나요
하명희 지음 / 북치는소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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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편의 소설이 있다. 소설일까. 아껴 아껴 천천히 읽었다. 

'보리차를 끓이며'가 낯익다. 작가는 예전에 알라딘 서재에서 활동했다. 그때 그 서재에서 봤던 문장을 이 책에서 만났다. 친구를 만난 듯 반갑다가 코끝이 찡하다가... 해질 무렵 텅 빈 운동장에서 마음속 이야기를 들려주던 친구가 생각난다. 작가가 그 친구인 양 내 곁에서 이야기를 한다. 말을 안 하는데 들린다. 고요해지게 하고, 고요해서 쉽게 파문이 인다.   

이번 작품집에 실린 18편의 소설은 어쩌면 그때 외면했던 후회일지도 모른다. 무너지는 슬픔 앞에서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것 같은 고립된 사람들, 그들과 내가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음을 이제야 알아버린 뒤늦은 편지일지도 모른다. 소설이 되었나. 그걸 모르겠어서 계속 썼다. 쓰다 보니 이런 작품집이 되었다고 말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나는 아직 내 소설의 독자들이 누구인지 모른다. 누구인지 모르는 그들에게 이 소설이 닿을 수 있으면 좋겠다. 잔잔한 호수에 나뭇잎 하나만 떨어져도 동그랗게 파문이 일지 않던가. 내 소설이 일상을 살다가도 문득 멈춰 서는 그 자리에 있다면 좋겠다. 당신과 내가 아주 잠깐이어도 같은 순간 그 동그라미를 바라볼 수 있다면, 그때 휘파람 같은 노래가 나온다면, 그러면 좋겠다.(여백-작가의 말) -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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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2 22: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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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2 23: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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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3 09: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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