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잘못 날아왔다

 

    

 

독감 이후 감기가 낫지 않았어. 그 때문에 아이들에게 옮길까 봐 집에서도 마스크를 끼고 지내고 밖에도 거의 나가지 않았어. 이제 좀 나은 것 같은데 나갈 곳도 없게 됐어. 잔기침이 남아 있어 나가기도 그렇지만.

 

기슭아, 너는 잘 지내? 오늘은 안부를 묻고 싶어지네. 뉴스에서는 계속 코로나19에 관한 뉴스가 나와. 대구에 확진자가 폭증해서 지역 뉴스는 온통 그 이야기뿐이야. 우리 마을도 병원 두 곳과 약국 두 곳이 폐쇄되더니 오후에는 이마트와 꽤 큰 마트가 폐쇄되었어. 학원은 휴원, 방과후수업은 휴강, 대구에 있는 모든 도서관은 휴관했고, 개학은 연기되었어. 거리엔 사람이 거의 없어. 적막하다는 게 이런 건가 싶어.

 

사람이 바이러스로 의심받고, 감염된 사람은 이름을 잃고 숫자가 돼. 확진자 숫자는 수백 명이 되었고, 그들은 그들의 번호로 불려. 집에 앉아 적막한 마을을 내려다보는데, 텔레비전에서는 중앙방송, 지역방송 여기저기 특보가 쏟아져. 불어나는 숫자가 해일처럼 밀려올 것 같은 느낌이야. 마을의 어느 곳이 폐쇄되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왠지 위축되고, 마음이 어수선해져. 

 

이럴 때 서로 격려하고, 위로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단톡에서 근거도 없이 정부를 비방하고, 불안을 조장하는 글이 올라올 때가 있어. 거짓말을 해서 타인을 감염시키는 사람도 있고. 불편과 불안이 불평과 짜증이 되기는 쉬워. 그렇지만 불평과 짜증이 불편과 불안을 더 길게 할 뿐이야. 한마디 거짓말이 힘껏 막아내는 사람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고.

 

포털 뉴스 댓글에 혐오의 표현도 보여. 누군가를 비난하는 일이 이렇게 급한 일인가 싶어. 잘잘못을 따질 일이 있으면 이 위기가 지난 뒤에 해도 될 것 같은데. 혐오는 대상을 바꿔 가며 커가는 것 같아. 마치 바이러스가 숙주를 찾아다니며 전염시키는 것처럼. 어쩌면 이런 게 질병보다 더 전염성이 강할지도 모르겠어.    

 

내일이 되면 얼마나 더 숫자가 불어날까?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또 누구를 비난하는 손가락질로 바뀔까? 앙상한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어. 잎도 없는데 바람이 보이는 걸 보니 바람이 거센가 봐. 저 가지에 잎이 돋고 꽃이 피면 이 황량한 시간이 끝날까? 

 

 

 

 

불길한 새

 _김성규

 

 

눈이 내리고 나는 부두에 서 있었다

육지 쪽으로 불어온 바람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넘어지고 있었다

 

바닷가 파도 위를 날아온 검은 눈송이 하나,

춤을 추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주변의 건물들은 몸을 웅크리고

바람은 내 머리카락을 마구 흔들었다

 

눈송이는 점점 커지고, 검은 새

젖은 나뭇잎처럼 처진 날개를 흔들며

바다를 건너오고 있었다

하늘 한 귀퉁이가 무너지고 있었다

 

해송 몇그루가

무너지는 하늘 쪽으로 팔다리를 허우적였다

그때마다 놀란 새의 울음소리가

바람에 실려왔다

 

너는 잘못 날아왔다

너는 잘못 날아왔다

 

-김성규, 너는 잘못 날아왔다(창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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