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마음에

 

 

답답한 마음에 저녁 먹고 광장을 어슬렁거렸어. 광장이란 넓은 장소를 부르는 말인데 광화문 광장 같은 광장이 아니고 아파트 안에 있는 공간이야. 차가 안 다녀서 벚꽃 피는 때나 열대야에 가족들이 나와 있는 장소지. 말은 안 되지만 작은 광장인 셈이지.

 

어쨌든 거기 앉아 보니까 세 살쯤 되어 보이는 아기가 축구공을 차는 거야. 차고 나면 기우뚱해. 그래도 그 애 엄마는 잘 찼다고 칭찬을 해. 일어서도 칭찬, 걸어도 칭찬, 말을 해도 칭찬...우리 아이들도 아기였을 땐 칭찬할 일이 참 많았어.

 

얼마 전에 친구 아들이 그러더라. 5학년이 되니까 할 일은 많은데 그 일을 다 해도 칭찬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그러고 보니 그래. 공에 발만 대도 칭찬받다가 잘 차니, 못 차니 하는 말을 듣게 되는 건 금방이지. 나이가 들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게 늘어나서 용을 쓰고 해도 칭찬받기 힘들어.

 

그래서인지 작은애는 간혹 아기가 되고 싶다고 해. 사랑만 받고,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고. 기저귀 차고 있는 게, 마음대로 못 움직이는 게 제일 힘든 일 아니냐고 해도 조카네 아기를 보면 뭘 해도 사람들이 아기한테 맞춰 주는 것 같으니까 그런 생각이 드나 봐.

 

근데 그런저런 얘기 없이 자기 할 일을 알아서 척척 하는 큰애가 요즘 들어 폭발하듯 화를 내. 처음엔 얘가 왜 이러나, 하고 혼을 냈는데 나아지지 않아. 가만히 생각해 보니 4학년이 되고 나서 마음도 붕 뜬 것 같고 화도 잘 내. 반장 노릇 하느라 학교에서 뭘 꾹 참다가 집에서 터지는 건가 싶기도 하고.

 

큰애는 학교 일을 잘 얘기하는 편인데 내가 들어도 마음 쓰이는 일이 꽤 있어. 근데 아이는 그런 것이 자기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아. 나도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든지 모르다가 한참 지나서 알 때도 있거든. 아이도 그럴지 모르지. 이렇게 머리로 이해하는 듯해도 아이의 화가 내 가슴으로 자꾸 옮겨붙어.

 

광장의 아기를 생각해. 내가 칭찬에 인색해지고, 아이가 힘들게 해내는 일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는 않는지 돌아봐. 얼마나 자주 돌아봐야 할까. 알아차림에 마음 써야겠어. 방심했던 마음을 다잡아 나 스스로를 잘 돌봐야지. 나를 돌보는 게 아이를 잘 돌보는 일이 아닐까 싶어서.

 

 

 

개구리와 도롱뇽

_김지녀

 

 

앞다리가 먼저 나오는지

뒷다리가 먼저 나오는지

 

척척 답을 잘 했던 아이가

 

꼬리가 잘려 나가는지

꼬리가 잘려 나가지 않는지

 

내가 왜 알아야 해?

날 왜 낳았어? 묻는다

 

척척 답을 잘 못하는 내가

 

울음 주머니를 자르거나

꼬리를 자르거나

 

개구리와 도롱뇽처럼 결국 달라진 거야

나는 나와 다른 알을 낳은 거야

 

잠잠한 물결 아래서

우리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파문학(2019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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