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같고 이웃 같은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신 지 10년이 됐어. 그해는 우리 아이들이 태어난 해였지. 알다시피 대통령이 서거하시기 전 언론은 연일 대통령을 흠집 내는 기사를 쏟아냈지. 그때 한 친구가 삼성 관련해서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는 얘기를 했어. 나는 대통령이 가족 같고 이웃사촌 같아서 그분이 비판받는 게 마음 아프다고 했어. 대통령이 돌아가시고 그 친구가 내게 전화해서 그때 내가 한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고 하더라. 가족을 떠나보낸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고 하면서.

 

같은 말을 한 번 더 한 적이 있어. 그때는 서거하신 후였는데 독서 모임 뒤풀이에서 한 회원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하는데, 그 회원의 정치 성향을 알고 있던 터라 다른 말을 하고 싶지 않았어. 그렇지만 그 얘길 듣기도 싫어 가족 같고 이웃 같은 분이라 잘잘못을 떠나 그분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더니 하던 말을 그만두더라.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 비판받을 수도 있지.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정말 터무니없이 그분을 괴롭힌 일이 너무 많아. 언론이라는 감옥에 갇혀 꼼짝 못 하다 스스로 사형을 선고하신 것 같아. 그런데 지금도 조리돌림 하듯이 비열한 합성사진 속에, 막말 속에 그분이 있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어. 누구에게도 이렇게까지 잔인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가족을 잃고 나면 목에 걸려서 그 가족의 이름을 입 밖으로 낼 수가 없어. 눈물이라는 윤활유가 나와도 제대로 이름을 부를 수 없어. 그러다 10년쯤 지나면 울지 않고 이름을 말할 수 있어. 그래서 노무현재단에서 새로운 노무현이라는 표현을 쓰는 게 아닌가 싶어.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지. 그를 생각해.

 

 

 

인어와 술꾼들의 우화

_파블로 네루다

 

 

그녀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들어왔을 때

이 고귀한 분들께서는 모두 술집 안에 있었다

그들은 술을 퍼마시다가 그녀에게 침을 뱉기 시작했다

이제 막 강에서 올라온 그녀는 도대체 영문을 몰랐다

그녀는 길 잃은 인어였다

그녀의 매끄러운 살결 위로 욕설이 흘렀고

음란한 짓거리가 그녀의 황금빛 젖가슴을 뒤덮었다

그녀는 울 줄 몰라 울지 않았다

그들은 담뱃불과 불에 탄 코르크 마개로 그녀를 지져 댔다

그러고는 낄낄거리며 술집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그녀는 말할 줄 몰랐기에 말하지 않았다

그녀의 두 눈은 아득한 사랑의 빛이었고

그녀의 두 팔은 한 쌍의 황옥으로 빚어졌고

그녀의 입술은 산호빛으로 반짝였다

그녀는 갑자기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강에 들어서자 그녀는 금세 깨끗해져

빗속의 하얀 돌처럼 빛났다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시 헤엄쳤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을 향해 죽음을 향해 헤엄쳐 갔다.

 

-파블로 네루다, 네루다 시선(지식을만드는지식, 2014),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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