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이야기 하려고 앉았는데 시간이 많이 늦었네. 아이들이 잠든 밤이면 왠지 시간이 아깝고, 나만을 위한 걸 하고 싶어져. 그런데 이럴 때는 시간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벌써 잘 시간이 다 되었네.
한시를 읽다 궁금증이 생겨 국어사전, 한자사전, 중국어사전, 고한어사전...사전이란 사전은 죄다 찾아봤어. 꽂힌 거지. 한 글자 때문에. 책에 적힌 해석이 옳다고 무조건 생각하지 않으리라, 권위에 눌리지 않으리라, 하면서. 한 글자 뒤져서 한 줄의 싯구를 해석하고 나니 1시간이 지났네. 한자 한 자에 한 시간이라...오랜만이야. 이렇게 열심히 사전 찾으며 읽어본 게. 재밌고 즐거웠어.
시간이 많으면 늘 할 것 같지만 시간이 없어서 더 재미있게 느껴진 건 아닌가 싶기도 해. 벚꽃도 짧게 피어서 더 아쉽고 아름다워 보이는 건지도. 우리 집 앞 광장의 벚꽃은 이제 제법 꽃잎이 날려. 꽃잎은 젖지 않는 눈 같아. 이 이야기를 하니까 눈부신 꽃비가 떠오르고 입가가 저절로 올라가. 이래저래 즐거워. 잘 잘 것 같아. 너도 잘 자.
꽃잎 하나가 떨어지네
어,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마쓰오 바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