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새벽에 깨서 한참 뒤척이다 다시 잠이 들었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멀리서 벨소리가 진동처럼 건물을 흔드는 느낌이 들었어. 커튼 너머로 불길의 어른거림이 보이고, 뭔가 뜨거워지는 것 같았어. 난 큰애 방에 자고 있었는데 남편이 안방 문을 열며 뛰쳐나오는 소리가 들리고, 나도 얼른 일어나야겠는데, 몸이 안 움직여. 눈도 제대로 떠지지 않아. 뻣뻣하게 굳은 몸이 움직이려고, 움직이려고. 어서 아이들을 깨워 데리고 나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 겨우 눈을 떴는데 불길도 경보음도 없었어. 서늘한 아침이 창에 와 있을 뿐.

 

고요한 아침과 격렬한 몸부림 사이 멍하니 앉아 있어. 슬며시 내 손이 내 손을 잡아. 내 몸이 겪은 거야, 내가 정말로 그렇게 경험했다고, 이 평안이 거짓이라고! 생각하면서. 기슭아, 내가 실재한다고 믿는 고통이 이런 걸까? 가위 눌린 것처럼 진짜 같은데 가짜인, 가짜 같은데 진짜인. 나는 얼마나 오랫동안 있지도 않는 불길 속에서 달아나려고, 달아나려고 몸부림치고 있었을까? 거기서 아이를 구해야 한다고, 구해야 한다고 곤히 자고 있는 아이를 흔들어 깨웠을까?

 

감각을 믿을 수 없는 아침. 

그러면 나는 누구일까?

    

 

 

 

 誰是孰非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夢中之事  모두 꿈속의 일이로다

 北邙山下  북망산 아래 

 誰爾誰我  누가 너이고 누가 나인가
 -경허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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