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상담

 

 

다행히 눈병은 전염성이 없는 걸로 결론이 나서 어제 예정대로 학교에 상담하러 갔어.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같은 반이라 아이들 이야기를 상담하면 30분 중에 25분을 큰애 얘기만 하고, 5분 정도 급하게 작은애 이야기를 했는데 이렇게 다른 반이 되니 작은애 이야기도 잘 들을 수 있게 됐어.

 

작은애 반에 먼저 갔는데 선생님은 뵙기 전부터 좋은 인상이 있었어. 학교에서 준 서류가 있었는데 나는 분명히 사인해서 작은애에게 줬는데 작은애는 기억이 없나 봐. 선생님이 전화하셔서 학기 초에 서류가 많으니 그럴 수 있다고 아이에게 뭐라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 아이가 이해받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했어. 선생님도 우리 아이 또래 자녀가 있어 아이들을 잘 이해하신대.

 

작은애 반 아이들은 대체로 차분하대. 작은애는 도움이 필요한 친구를 아무 일 아니라는 듯이 잘 돕는대. 노점에서 장사가 안 되는 할머니를 보면 나보고 물건을 사주라고 하는 애니까. 그러고 보니 나도 어릴 때 엄마에게 인삼을 사달라고 한 적이 있어. 인삼 파는 할머니가 안쓰러워 보여서. 근데 엄마가 진짜 사셨어. 먹기 싫은데 내가 사달라고 한 거라 조금 먹었던 기억이 나.

 

큰애 반에 갈 때는 긴장이 돼. 1학년 때 선생님은 큰애를 정말 힘들어하셨어. 다른 사람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는데, 그게 선생님이라고 예외가 아니었거든. 2학년 때 선생님은 1학년 때 일로 내가 걱정하자 별 일 아니라는 듯 이야기 하시고, 실제로도 아이가 스트레스 없이 1년을 보냈어. 3학년은 그 중간 정도였는데, 올해는 반장이라 더 마음이 쓰였어.

 

그리고 선생님에 대한 인상도 복잡했거든. 선생님은 벌점 제도를 운영하셔. 아이가 숫자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 제도가 아이의 성향을 강화할까 염려도 되고, 선생님의 오해로 벌점을 받은 적도 있었어. 그렇지만 큰애가 학교에서 상처받을 만한 말을 들었다고 따로 전화해서 위로를 해주셔서 마음이 따뜻한 분인가도 싶었고.

 

생각과 만남은 정말 달랐어. 내가 사전 조사서에 우리 애가 공감능력이 좀 부족해서 혹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지만 설명하면 이해하고, 잘 받아들인다고 썼는데 그걸 기억하시고 아이가 하는 행동을 관찰하셨나 봐. 나에게 예를 들어가면서 우리 애가 공감능력이 떨어지지 않다는 걸 증명하셨어. 누가 엄마인지 모르겠더라고.

 

3월은 주로 내가 아이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었는데, 이번엔 오히려 내가 모르는 아이의 모습을 듣고 왔어. 선생님께 듣는 아이의 모습은 정말 훌륭했어. 내가 부족하다고 걱정하는 부분도 많이 좋아졌고. 무엇보다 놀란 건 한 달밖에 안 됐는데 선생님이 아이를 이렇게 유심히 관찰했다는 거였어. 그리고 선생님 실수로 아이에게 벌점주신 것도 이야기 하시고. 솔직한 분이라 아이와 맞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

 

다행이야. 아이들 각자와 잘 어울리는 선생님을 만난 것 같아. 우리가 만나는 사람이 우리의 세계가 될 때가 있어. 특히 어릴 때. 올해 아이들이 만난 새로운 세계가 흥미진진하고, 즐거웠으면 좋겠어. 선생님들도 너무 힘들지 않고, 유쾌하게 아이들을 만나실 수 있으면 해. 아이들이 뱃속에 있을 때부터 한 기도가 있어. “스스로 평화롭고, 타인을 평화롭게 하기를”이야. 모두들 그랬으면 좋겠어. 아이들과 아이들의 친구와 선생님이 모두 평화롭고 즐거운 한 해를 보내기를.

 

 

 

 

선생님
_정세기

 


우리 할머니는
엄마 대신 나를 길러 주신다.
오늘도 뒷산에서 뜯은 산나물
보따리에 이고 시장으로 가신 할머니
늦게 오시는 할머니를 위해
나는 저녁밥을 짓는다.

-선생님도 엄마 없이 자랐단다.
  용기 잃지 말고 열심히 살려무나.

내가 일기장에 쓴 글 아래에
써 주신 선생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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