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의 염려
오늘은 미세먼지가 없는지 하늘이 환하고 먼 산이 보였어. 이렇게 먼지가 있는지 없는지 살피면서 살 거라고 생각도 못했어. 물론 물을 사먹고, 공기청정기가 집집마다 있으리라고 생각도 못했지만. 앞으로 내가 생각하지 못한 일이 또 얼마나 생겨날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도 허덕대는 나는 북극에서 벌어지는 일이, 세계 곳곳의 전쟁이, 무차별적인 혐오가 두려워. 먼지가 한 나라를 삼키듯 북극의 얼음 녹은 물이 전 세계를 덮을 지도 몰라. 먼 나라 전쟁인 줄 알았는데 그 전쟁이 우리의 전쟁이 되고, 난민이 우리 이웃이 되고, 우리가 난민이 되고, 그리고 어느 날 나와 이웃이 성별과 지향으로 혐오의 대상이 될 수도 있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가 되는 순간 속에 벌써 와 있는지도 몰라.
그렇지만 나는 우르르 몰려다니는 개미떼 중의 한 마리처럼 줄지어 가는 길을 따라 걷고 있을 뿐이야. 어떨 땐 이런 걸 생각하지 않고 살고 싶을 때가 있어. 세상이 돌아가는 대로 살지 않고 세상을 제대로 돌아가게 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심이 들어. 때로 안됐기도 하고. 너무 힘들어 보여서. 내가 뭘 했다고 이렇게 지쳐있는 걸까? 어떤 핑계를 대도 내가 사는 세계에는 내가 있어서 그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나는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지. 공범이 되기 쉽지.
날도 좋고 공기도 맑은데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 근근이 지탱하던 세계가 갑자기 무너져내릴까 나도 모르게 염려하고 있었던 걸까?
아픈 개미가 있다
_최승호
앞발로 이마를 짚고
뒷발로 배를 한참 문지르다
개미는 출근하기로 마음먹는다
만성피로 개미들의 긴 행렬 속에 아픈 개미가 있다
-최승호,『방부제가 썩는 나라』(문학과지성사, 2018), p.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