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닫은 봄
미세먼지 때문인지 목이 아파. 가래도 있고. 어항 속 금붕어 같아. 뿌연 물속에서 뻐금뻐금.
멀리 산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날이 꽤 길게 가네. 오늘은 좀 낫다는데 내 목도 좀 나아질까?
며칠 전에 팔공산에 갔는데 거기도 시야가 흐렸어. 아파트 화단에는 아직 꽃이 보이지 않는데 산에는 꽃이 피어 있었어. 뿌연 하늘을 마주한 꽃들이 노랗고 빨개. 복수초, 산수유, 홍매화. 아기자기하게 피어 있었어.
난 왜 이제 막 피어난 것을 보며 지는 걸 떠올릴까? 동백처럼 온몸 던져 툭툭 지는 게 있는가 하면 목련처럼 필 때는 천상의 꽃 같지만 질 때는 빛을 잃고 타들어가면서 악착같이 나무에 붙어 숨을 쉬는 꽃도 있어. 딱해 보여. 꽃은 꽃대로 살아내느라, 죽어내느라 용을 쓰고 있는 것 같아.
이제 막 봄이고, 이제 막 피어나 갓난아기 같은 꽃들이 먼지 속에 있어. 얘들도 숨 쉴 때마다 어디가 따갑고 아플까? 내 귀에는 꽃의 말이 들리지 않아. 다행이야. 나는 이미 많은 슬픔을 듣고 있어. 꽃들끼리 즐겁고 꽃들끼리 슬퍼하고 있겠지? 기쁨과 슬픔이 뒤섞이듯 꽃과 먼지가 엉겨 있는 봄이, 벌써 와 있어.
꽃나무
_이상
벌판 한 복판에 꽃나무 하나가 있소.
근처에는 꽃나무가 하나도 없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를 열심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열심으로 꽃을 피워 가지고 섰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에게 갈 수 없소.
나는 막 달아났소.
한 꽃나무를 위하여 그러는 것처럼
나는 참 그런 이상스런 흉내를 내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