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


쓰러질 때까지 달리는 건 최선이 아니야. 쓰러지기 직전까지 달리는 것, 그게 최선이지. 어떻게 그 지점을 알 수 있을까? 과로사 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 위인 같기도 하고 멍청이 같기도 해.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까? 빠르게 달리면 좋겠지. 달리고 싶다면. 나는 달리고 싶은지 어떤지 모르는 채 달리기도 해. 휙휙 나를 앞지르는 긴 다리에 깜짝 놀라기도 하면서. 

최선의 지점은 사람마다 달라. 나의 최선은 여기까지일까? 아직 좀 더 힘내야 할까? 누군가는 한참을 더 달릴 수 있다는데 그건 누군가의 최선이지. 한번씩 궁금해. 용수철을 늘렸다 줄였다 하면 탄성이 좋아지지만 너무 당기면 망가져. 그렇게 몸이 망가지고 마음이 늘어나 버린 경우를 보기도 해. 기슭아, 나는 아마도 최선을 다하고 싶은가 봐. 자기 전에 인사나 하려고 했는데 최선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걸 보니.



특별한 일 
_이규리


도망가면서 도마뱀은 먼저 꼬리를 자르지요
아무렇지도 않게
몸이 몸을 버리지요

잘려나간 꼬리는 얼마간 움직이면서
몸통이 달아날 수 있도록
포식자의 시선을 유인한다 하네요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외롭다는 말도 아무 때나 쓰면 안 되겠어요

그렇다 해서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아요

어느 때, 어느 곳이나
꼬리라도 잡고 싶은 사람들 있겠지만
꼬리를 잡고 싶은 건 아니겠지요

와중에도 어딘가 아래쪽에선

제 외로움을 지킨 이들이 있어
아침을 만나는 거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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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9 23: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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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0 10: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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