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은 그날

 

 

어제는 대구 지하철 참사 16주기였어. 192명이 죽고, 148명이 부상을 입었어. 그들 외에도 그곳의 생존자들은 모두 보이지 않는 병을 얻었을 거야. 한 사람의 방화가 그들을 다 죽인 게 아니야. 화재가 난 전동차의 기관사가 우왕좌왕하고, 마주 오던 전동차의 기관사도 탈출했어. 경고음이 울려도 기관사 보고가 없어서 사령실에서는 오작동으로 파악했어. 물론 운전사령실의 대응도 엉망이었지. 모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지만 어떻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어. 아비규환이었지. 세월호가 생각나지 않아?

 

언젠가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을 취재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어. 그들은 폐쇄된 공간에 못 들어가고, 큰 소리를 두려워하고, 작은 일에 크게 화를 내고 있었어. 그들은 아직도 그 지하철에서 나오지 못한 것처럼 보였어.

 

죽은 사람도, 살아남은 사람도, 그들의 가족들도 모두 아파. 16년이 지났다고 그만 아프라고 하면 안 되는 거야. 왜냐하면 정말로 그 사람들은 아직 거기 있거든. 어떻게 하면 거기서 나올 수 있을까? 말하고, 말하고, 말해야 겨우 나올 수 있어. 그 현장과 한 덩어리인 그들을 떼어놓을 수 있는 건 말하는 거야. 억울하다고, 슬프다고, 아프다고 말하지 않으면 어, , 하며 죽어갔던 거기 그냥 있는 것 같거든.

 

세월호 사건 이후에 겨우 몇 년이 지나고 그 사건 이야기를 지겹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 너무 아픈 이야기는 피하고 싶을 수도 있지. 그렇지만 어떻게 그 사람들에게 입 다물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하철 참사에 대해서도 비웃고 조롱하는 사람들이 있었어. 왜 그럴까? 아픈 사람들을 조롱해서 그들이 얻는 게 뭘까?

 

그 당시에 오래 연락이 닿지 않던 친구가 메일을 보내왔어. 혹시 내가 그 지하철을 탔을까 봐 걱정이 돼서 안부를 물어온 거였어. 거기 있었으면 그게 누구라도 죽을 수 있으니까. 우리는 모두 배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다리를 건너고, 백화점에 가니까. 근데 비슷한 사고가 나도 외국에선 이렇게 사람이 많이 죽는 경우는 드물대. 우리가 대충 살고, 때로 대충 살기를 강요당하고, 사고가 나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서일까. 안타깝고 슬픈 날들이 너무 많아.

 

 

 

서시

_김종삼

 

 

헬리콥터가 지나자

밭 이랑이랑

들꽃들이랑

하늬바람을 일으킨다

상쾌하다

이곳도 전쟁이 스치어 갔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