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슭아, 오늘은 말이 별로 하고 싶지 않아. 말이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하고 있구나. 해는 서쪽에 있어. 서쪽에 있는 해는 낮게 떠 있어서 쉽게 눈이 마주쳐. 너무 눈부셔. 너무 밝아도 너무 어두워도 볼 수 없는 눈으로 아이들을 보고, 거리를 보고, 책을 읽고 있어.
나
_최승자
세계에 코를 박고 있는
구름 한 장
세계 너머에 한눈을 팔고 있는
바람 한 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