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생일이야.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쇼핑을 좋아하는 작은 아이는 월요일에 선물을 사두고는 주고 싶어서 꺼냈다 넣었다 해. 문구사에 4000원 짜리 지갑도 있었지만 너무 아이 것 같아서 8000원 짜리를 샀다는 자랑까지 벌써 해둔 상태야. 친정 식구들과 톡 인사도 나눴어. 미국에 있는 친구가 목도리도 보내준다니 목도리가 도착하는 날까지 생일 같을 거야. 요즘의 내 생일은 아이들과 케이크를 함께 먹고, 멀리 있는 이들과 연락하는 날이 되었어.

 

네 생일을 기억해. 229. 잊어버리기 쉽지 않은 날이지. 4년에 한 번 생일이 온다고, 28일은 가짜 생일이라고 했던 게 생각나. 우리 엄마 생신은 윤 4월이야. 윤달이라 언제 그날이 오는지도 모르겠어. 그냥 음력 4월에 생신을 지내. 그때마다 엄마도 가짜 생일이라고 하시면서 축하를 받는 게 마땅한 일이 아니라는 듯 말씀하시지만 생일은 그냥 기념일 같은 거지, 꼭 정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나도 양력 생일은 110일이야. 하지만 음력으로 지내니까 10일은 아무 날도 아니야. 정확한 그날은 없어. 그냥 정하는 거지. 어쨌든 1년 중 하루에 태어났으니까 29일에 태어나서 28일에 기념한다거나 윤달에 태어났는데 보통 달로 기념한다고 가짜라고 할 건 아니지 않아? 1년에 한 번 자신에게 특별한 시간을 주는 것뿐이지.

 

이정모의 달력과 권력(부키, 2015)을 보면 달력은 기본적으로 태음력, 태양력, 태음태양력이지만 지역과 목적에 따라 정말 다양하게 만들어져. 달력을 이용하는 건 1년과 한 달과 하루를 우리 삶에 이용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아. 그게 농사일이든 정치든. 어차피 태양과 지구와 달의 운행이 우리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정확하고 고정된 건 없어.

 

예수나 붓다의 생일도 태어난 바로 그날이 아니라는 건 다 알잖아. 정확한 날짜를 모르지만 사람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정했지. 그것만 봐도 그들의 탄생을 기념하는 거지, 날짜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어. 그러니 진짜 가짜 생일은 얘기하지 않아도 돼. 한 존재가 태어난 게 중요한 거지. 예수보다 붓다보다 네가 태어난 게 중요한 거지. 내가 태어난 게 중요한 거지. 우리 자신에게는 우리가 가장 중요한 거지. 가짜 생일이라고 하지 말고 네가 태어난 날을 충분히 만끽했으면 좋겠어.

 

나도 오늘은 생일 앞세워 아이들에게 집안일 시키고 좀 편하게 보내볼까 궁리중이야. 저녁에 술 한 잔 해볼까 싶기도 하고. 핑계가 좋잖아? 이런 날도 있어야지. .

 

  

달력

_박두순

 

세상 사람들

생일이 다 들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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