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네 꿈을 꾸었어. 꿈속에서 우리는 늘 어색했는데 어제는 꽤 친해 보였어. 그러다 어떤 기둥이 무너져 네가 죽었어. 꿈속에서는 꿈이 진짜니까 정말 놀랐어. 하지만 괜찮아. 꿈이니까. 이런 꿈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영돈마음(예담, 2006)을 보면 말레이시아 세노이 족 이야기가 나와. 세노이 족은 아침에 일어나서 꿈 이야기부터 한다고 해. 꿈에 누구와 사랑을 나누면 그 사람에게 가서 꿈 이야기를 하고 사랑을 고백하고, 누군가를 죽였다면 그를 찾아가 사과를 한다는 거야. 그 종족은 꿈을 신봉하고 해석하는데 범죄가 거의 없대. 꿈에서 누군가가 범죄를 목격할 것만 같아 무서워서라도 나쁜 짓을 못할 것 같지 않아? 꿈은 무의식을 반영하니까 세노이 족의 꿈을 해석하는 방식이 아주 근거 없는 것 같지는 않아. 꿈을 꽃처럼 키우는 마을 같아. 그렇지만 무의식이 의식의 자리에서 주인 노릇하는 느낌이 있어.

 

꿈은 무의식의 발현 외에 예지 기능도 있어. 우리 엄마가 서울에 사는 오빠가 아플 때마다 전화를 하셨어. 오빠는 전화를 받으면서 얘기도 나누기 전에 , 아파요.”라고 대답할 정도였지. 하지만 지금은 별로 그런 꿈을 안 꾸신대. 엄마는 염불과 독경을 하면서부터 예지몽을 덜 꾸는 느낌이야.

 

난 예지몽은 꾸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태몽 같은 신비한 꿈도 있지만 불길한 꿈도 있잖아. 우리 뇌는 부정적인 걸 더 잘 기억한대. 나중에 위협이 될 수 있으니까 예비하는 차원에서 그런 거겠지만. 몇 달 전 아는 선배가 선배 엄마가 교통사고 나는 꿈을 꾸고 정말 사고가 났대. 그게 뭐야. 사고를 막지도 못하고 불안하기만 하잖아. 이런 꿈을 덜 꾸는 방법을 알아. 무시하는 거야. 꿈을 꿔도 꿈 얘기를 안 해야 해. 꿈을 자꾸 무시하면 꿈을 덜 꿔. 내 꿈이 맞다, 불길하다, 기쁘다, 이러면 꿈은 쑥쑥 자라. 그러니까 세노이 족과 반대로 하면 돼.

 

꿈을 많이 꿀 수 있는 방법도 있어. 생각을 억압하면 밤에 난리가 나. 참선이나 위빠사나를 알기 전이었는데 마하리쉬의 나는 누구인가(청하, 2005)를 보고 자아탐구를 했어. 방법은 간단해. ‘나는 누구인가를 계속 생각하는 거야. 다른 생각이 일어나면 싹 지우고 그 생각만 했지. 보통 명상은 앉아서 차분하게 하니까 갖은 생각들이 먼지처럼 일어나는 과정을 보게 되는데 자아탐구를 할 때 나는 그 과정 없이 무작정 생각을 억압했더니 밤마다 꿈을 꾸는 거야. 그것도 자잘한 부스라기 같은 꿈들을 말야. 내 수행 방법에 잘못이 있었던 것 같아. 실제로 나와 같은 경험이 있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어. 앉아서 명상해 보라고 했더니 그 사람도 꿈에서 벗어났대. 억압이 답은 아닌 거지.

 

티벳에는 잠자면서 수행하는 명상법이 있어. 텐진 환걀 린포체는 (게으른 사람을 위한) 잠과 꿈의 명상(정신세계사, 2003)에서 자기 전에 명상을 한 후 명료하고 투명한 꿈을 꾸고, 그 꿈을 통해 깨닫기를 기원하는 기도문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고 자면 실제로 깨어 있는 꿈을 꾼다고 해. 악몽 대신 가르침의 꿈을 꾸도록 조절할 수도 있다는 거지. 사실 게으른 사람을 위한이라는 제목 때문에 읽었는데 실제로 해보니 너무 어려웠어. 덕분에 마하리쉬의 수행법처럼 글자로 수행을 익혀서는 안 되겠다는 교훈을 얻었지.

 

어젯밤 꿈은 악몽에 가깝지만 걱정할 건 없어. 난 예지몽을 안 꾸니까. 요즘 너한테 편지를 쓰는데 실제로는 교류가 없으니까 그런 이상한 꿈을 꿨나 싶어. 세노이 족이라면 내 꿈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내가 살인을 한 건 아니니까 네게 사과를 할 필요는 없겠지만 아마도 너와 함께 주술사를 찾아가 의식을 치르도록 하지 않았을까? 번거롭긴 하겠지만 꿈속에서 만난 사람을 실제에서도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되겠다. 그러면 우리 얌전히 앉아서 우리에게서 악령이 떠나는 걸 보자. 재미있을 지도 몰라. 만난 김에 차도 한 잔 하고.

 

 

우리는 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의 삶이 존재한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꿈속에서도 꿈을 꾸고, 깨어서도 계속 꿈을 꿉니다.-p.77(잠과 꿈의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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