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인 기에게는 여덟 명의 아이들이 있었는데,
하루는 아이들을 세워두고, 관상가를 불러 말했다.
“그 애들의 얼굴을 잘 들여다보게, 장래에 누가 운이 좋겠는가?”
얼굴을 요모조모 살핀 관상가가 말했다.
“곤이 운이 좋습니다.”
기는 기쁘고도 놀라워 물었다.
“어떻게 좋은가?”
관상가가 대답했다.
“곤은 평생 정부가 주는 돈으로
고기와 술을 먹을 것입니다.“

그러자 기는 울음을 터트리며 슬퍼했다.
“불쌍한 것! 내 불쌍한 것!
곤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그런 벌을 받는단 말인가?“

관상가가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궁궐의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그 은총이 온 가족에게 미치고, 부모에게는 더욱 그러할진대
그런 운명을 어이 나쁘다 하십니까?“

기가 말했다.
“어찌 그런 운명을 좋다고 기뻐하겠는가?
고기와 술은 입과 배를 위한 것인데,
좋은 운명이라는 것이
그저 입과 배에 좋은 것이란 말인가?
왕의 음식이라니,
곤이 왜 그것을 먹는단 말인가?

나는 양치기가 아닌데
집안에 갑자기 양 한 마리가 태어나고,
나는 사냥터지기가 아닌데
뜰 안에 메추라기가 가득하다니,
이게 불길한 징조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내 아들과 내 자신이
그저 하늘과 땅을 마음껏 떠돌며
자유롭게 사는 것 말고는
다른 소원이라고는 없는 사람이오.

나는 내 아들과 내 자신을 위해
하늘의 기쁨과
땅의 소박한 열매 외에는
다른 기쁨을 구하지 않는 사람이오.

나는 이익도, 계획도 꾸미지 않으며,
어떤 사업에도 관여하려 하지 않고
내 아이들과 도만을 구한다오.

나는 삶과 투쟁한 적이 없소.
그런데 한번도 추구하지 않은
이 이상한 약속이
좋은 운명이란 말이오!
모든 이상한 결과에는 원인이 있는 법,
나는 이런 운명을 겪을 짓을 하지 않았다오.
이건 불가사의한 벌이오.
그래서 내가 슬피 우는 것이오!”

그러고 나서 얼마 후, 기는 아들 곤을 떠나보냈다.
도중에 곤은 도적들에게 잡혔는데, 그들은 그를 노예로 팔아버리려 했다.
그대로 팔 수 없으니까 그들은 곤의 발을 잘랐다.
도망칠 수 없어야 값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도적들은 곤을 제나라에 팔았고, 곤은 중앙로의 문지기가 되었다.
그는 평생 나라가 주는 고기와 술을 먹게 되었다.
이것이 곤의 좋은 운명이었다!



『장자의 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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