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상처가 있다. 상처가 없는 사람을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상처는 낡은 사진처럼 간혹 튀어 나오기도 하고, 그 상처가 삶의 주인처럼 행세하기도 한다. 사진들이 쏟아진다. 하나하나의 사진들은 하나하나의 상처다. 그 사진들이 화산 속으로 들어간다. 열기에 사진들이 금방 녹아버린다. 녹아버리는 사진들...나도 상처가 있다 라고 말하려는 순간, 네게 상처 받았다 라고 말하려는 순간...나는 여지껏 보지 못한 네 상처를 보았다. 그랬구나. 그런데도 나는 줄곧 내가 상처받았다고 여겼구나. 알지 못했구나. 그 사진들이 화산 속으로 들어가자 이제서야 보이는구나. 손을 잡고 네게 미안하다, 고 말했다. 나는 몰랐노라고, 나는 정말 몰랐노라고...내 마음이 네게 전해지고 있을까? 나는 점점 커지고, 나는 점점 커지고 화산은 조그만해진다. 조그만해지는 화산 안에 녹아버린 사진은 이제 보이지도 않는다. 덕지덕지 붙이고 살았던 그 사진들의 누추함이 녹아진다. 사라진다. 눈을 뜨니 너도 없고, 사진도 없고, 화산도 없다. 늦잠을 잔 게다. 밖이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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