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심으러 몽골에 간다고요? 웃는돌고래 그림책 1
김단비 글, 김영수 그림, 푸른아시아 감수 / 웃는돌고래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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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심으러 몽골에 가보자!

 

2000년 여름 몽골을 방문했다. <한국 휴먼네트워크>와 <일본 요코하마시립대학 NGO>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몽골생태투어였다. 당시 나는 어느 학회의 회장을 맡고 있었다. 학회 지도교수님의 소개와 지원 덕분에 우리 학회에서 4명이 생태투어에 참여했다. 생태투어에 앞서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사막화방지운동에 참여했다. 학교 내에서 사막화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하고, 허브를 판매하여 수익금을 몽골 식수기금으로 보태는 등의 활동을 펼쳤다.

 

한편 생태투어에서 나는 단순 참가자가 아닌 전체 행사 중에 하나를 진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일본 요코하마시립대학 NGO에서 활동하는 학생들과 소통하며 생태투어 중간쯤에 한·일·몽 문화교류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해야 했다. 일본어를 전혀 모르고, 영어도 서툴렀지만 뭔가 해보려는 열정으로 부딪쳐야했다. 게다가 생태투어에 참여하는 후배 3명만으로 행사를 준비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후배들과의 일을 나누고 조율하는 역할을 잘 해내지 못했고, 덕분에 대부분의 일을 혼자 처리했고, 그래서 더욱 후배들과 거리가 생겼다. 몽골에 도착해서도 문화교류행사의 밤을 치루기까지 무척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때 그나마 기분이 풀어지게 된 것은 몽골 청년들과의 만남이었다.

 

문화교류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인교회에 다니는 몽골 청년의 도움을 받았다.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마른 느낌이었다. 선한 눈동자에 웃는 얼굴이 참 좋았다. 그가 떠듬떠듬 우리말을 조금 했지만, 말이 잘 통하지는 않았다. 뭔가 급하게 물어볼 때, 서로 말이 통하지 않으면 좀 답답했지만, 손짓 발짓 해가면서 어떻게든 준비를 해나갔다. 둘이서 물건을 사러 울란바토르 시내를 돌아다녔던 햇살이 유난히 따갑던 몽골의 여름 오후가 마치 흑백영화의 필름처럼 머릿속에서 돌아간다.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충분히 했던가? 내 스트레스 때문에 좀 더 친절하게 잘 대해주지 못한 것 같은 맘이 들어 살짝 후회가 된다.

 

또 한명의 인연은 좀 별나게 만났다. 우리가 묵었던 외국인 전용 숙소의 야간 경비를 서는 경찰이었다. 문화교류행사를 무사히 마치고 숙소에서 선, 후배들과 술을 한잔 하다가 혼자 담배를 물고 건물 밖을 나와서 서성였다. 경비사무실에 근무하던 경찰(경비원이 아닌 진짜 경찰이었다.)이 내게 다가왔다. 처음에는 “밤늦게 돌아다니지 마라”는 말이라고 혼자 짐작을 했다. 담배를 끄고 방으로 돌아갔다가 나중에 다시 나왔는데, 이번에도 그 경찰이 다가왔다. 뭐라고 말을 하는데, 당연히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계속 듣다보니 같은 말을 반복했고, 나중에는 내가 물고 있던 담배를 가리켰다. 아! 담배를 달라는 뜻이었구나! 흔쾌히 한 개비를 꺼내주고, 불을 붙여줬다. 한 모금 깊이 빨아들인 후에 그는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 그렇게 그와 담배를 나눠 피우고, 간식꺼리를 나눠주기도 하면서 12시 즈음부터 새벽 4시쯤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둘이 말이 통하지 않으니,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별로 없었다. 그냥 손짓 발짓, 억양과 말투 등으로 판단했고, 나중에는 흙바닥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렇게 어렵게 나눈 대화를 통해 그가 나와 같은 나이이고(훨씬 더 많아 보였다!) 결혼을 했고, 아이도 있다는 사실 등을 알게 되었다. 참 독특한 경험이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 책은 몽골에 나무를 심으러 간 힘찬이가 몽골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또 몽골 친구를 사귀고 돌아오는 내용을 짧은 분량에 잘 담고 있다. 이 책을 감수한 단체는 <푸른아시아>로 힘찬이는 바로 <푸른아시아>가 주최하는 에코투어에 다녀온 것이다. 앞서 언급한 <한국 휴먼네트워크>는 이후 이름을 두 번 바꾸었는데, 현재의 이름이 바로 <푸른아시아>이다. 즉 나는 힘찬이보다 십여 년 전에 같은 단체에서 주관하는 같은 프로그램에 다녀온 것이다.(물론 그 동안 프로그램이 훨씬 더 많이 좋아졌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몽골의 경험들이 하나둘 다시 떠올랐다. 말을 타고 달릴 때의 짜릿한 느낌. 양고기 특유의 냄새 때문에 힘겨웠던 식사시간. 시큼한 마유주의 맛. 드넓은 초원과 황량한 사막. 4인용 게르에서 혼자 춥고 외롭게 보낸 밤. 위에서 언급한 친구들 외에도 몽골에서 만난 선한 사람들. 이 책을 읽고 몽골에 나무 심으러 한번 가보시길 권한다. 단순히 나무만 심고 오는 행사가 아니라 몽골의 문화를 겪어보고, 나무도 심어서 사막화를 막고, 기후변화를 극복하는 의미 있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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