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야기 - 찔레꽃 울타리 찔레꽃 울타리
질 바클렘 지음, 이연향 옮김 / 마루벌 / 1994년 10월
평점 :
절판


찔레꽃 울타리에는 무척 많은 식구들이 산다. 사과 할머니, 사과 할아버지, 마타리 아저씨, 마타리 아줌마, 마타리집 딸 앵초, 눈초롱이랑 바위솔부부, 머위, 댕이, 나리, 싸리, 머위 엄마, 머위 아빠…. 이렇게 많은 식구들은 한 식구처럼 사이 좋게 산다.

꼬마 머위 생일에는 온 동네 사람들이 들판으로 소풍을 가서 잔치를 열고, 눈초롱이랑 바위솔 결혼 때에는 냇물에 뗏목을 띄워 놓고 축하 잔치를 벌이고, 온세상에 눈이 가득 내린 겨울에는 얼음 강당을 만들어 그곳에서 밤새 춤을 추며 흥겹게 논다. 잔치에는 저마다 음식을 준비해와서 맛깔스럽게 차려놓는다. 돌능금을 굽고, 토끼풀 밀가루, 찔레 술, 양귀비 씨, 앵초 푸딩, 민들레 샐러드 들을 준비해 마음껏 먹는다. 결혼이나 눈 축제 때에는 춤을 추며 놀기도 한다. 꼬리에 꼬리를 잡고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짝을 지어 어지러울 때까지 춤을 추면서 지치도록 논다.

물론 놀기만 하는 건 아니다. 치즈 버터 만드는 공장에서 열심히 치즈를 만들고 물방앗간에서 밀을 빻아 밀가루를 만들기도 한다. 할머니도 부엌일을 하고 할아버지도 마을 저장 그루터기를 돌본다.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고 나서는 물레방앗간에서 시원한 물보라를 맞기도 하고 냇가에 꼬리랑 발을 담그고 편히 쉰다. 찔레꽃 울타리에 사는 식구들은 이렇게 산다. 몸 놀려 열심히 일하고 편히 쉬고, 즐겁게 놀면서 같이 산다. 한 동네 사람들이 한 식구다.

이야기를 보여주는 그림도 무척 아기자기하다. 집 안 구석구석, 창고, 부엌, 들판, 마을을 얼마나 꼼꼼하고 자세하게 그렸는지 모른다. 자연과 하나되어 사는 마을 식구들과 그 식구를 감싸 안고 유유자적 바뀌어 가는 계절이 너무나 아름답다. 나무딸기, 들풀들이 꽃피고 열매 맺고 잎사귀를 떨구고 다음 봄을 기다리는 모습들이 네 권, 계절 그림책에 잘 담겨 있다.

찔레꽃 울타리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네 권이다. 시리즈라고 꼭 다 볼 필요는 없지만, 이 책은 네 권 다 보면 좋겠다. 찬찬히 여러 번 보면 더 좋겠다. 처음엔 글 중심으로 읽는다. 여러 이름이 나오니까 인물들을 잘 가려 보고, 들쥐가 먹는 음식이 많이 나오니까 그것들을 하나하나 상상해 본다.(밤 죽, 도토리차, 딱총나무꽃 술!) 그렇게 읽고 난 다음에는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쥐들도 보고 찔레꽃 마을도 보고, 부엌이랑 저장방에 뭐가 있나 보고 들판에 가득 핀 꽃도 본다. 여러 다른 꽃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보면서 내가 아는 꽃이 있나 찾는 것도 재미있을 거다. 그렇게 다 본 뒤에는 책 네 권을 주루룩 놓고 견주며 본다. 계절마다 다른 주인공으로 표지를 꾸민 거랑(찔레꽃 울타리의 주인공은 마을 식구들 모두다!) 그 주인공에 담긴 이야기랑, 주인공들을 감싸고 있는 울타리에 봉오리, 꽃, 열매, 낙엽으로 시간이 흐르는 걸 보자. 짧게나마 찔레꽃 울타리 마을에, 그 마을 식구들에 흠뻑 빠져보는 일. 무척 행복한 일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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