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인 것 사계절 아동문고 48
야마나카 히사시 지음, 고바야시 요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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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사람을 확 잡아끄는 글을 만났다. 책을 놓기가 싫어서 사람 북적거리는 길에서 걸으면서도 볼 정도였다. 할 얘기가 정말 많을 것 같은데, 주절주절 떠들자면 한이 없을 것 같아서 몇 가지 이야기만 하려고 한다.

첫째, 문장. 호흡이 짧고 간결하다는 말이 이렇게 딱 들어맞는 작품은 없었다!고 할 정도다. <내가 나인 것>의 문장은 짧고 간결하다. 군더더기가 없고 호흡이 빠르다. 지지부진한 설명이나 묘사로 독자를 지겹게 하지 않는다. 그럴 새가 없다. 빠르게 진행되는 사건에 따라가기 바쁘다. 대단하다.

두 번째, 인물.

1.가장 뛰어나다는 뜻의 히라타 히데카즈. 주인공이다. 엄마한테 훌닦이고 동생한테는 무시당하거나 핀잔듣기 일쑤에 학교에선 늘 벌을 선다. '가출을 하겠다'는 발언에 '니까짓게'하는 비웃음을 사는 (집에서만큼은!) 덜떨어진 애다. 이 덜떨어진 아이가 '내가 나인 것'을 찾아가는 과정! 진짜 대단하다.
2. 아무도 믿지 못하는 엄마, 남편도 자식도 끝까지 믿지 못한다. 더구나 어쩌면 사람을 이렇게 달달달달달달 볶아댈까! (내 모습은 아닐까 뜨끔했다. 으그…) 이런 인물 유형을 많이 봤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징글맞게 완벽한! 유형은 처음이다. 징글맞은 인물을 만들어 내는 솜씨! 또한 대단하다.
3. 엄마 치마꼬리에 딱 붙어서 정보원에 심부름꾼 노릇을 하는 동생 마유미. 어른 앞에서 어떻게 하면 귀여움을 받고, 사랑받는지 알고 있는 여우다. 아니, 그냥 여우가 아니라 불여우다. 이 아이도 끝까지! 어쩌면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비열한지…. 엄마가, (선생님이), (학교가) 만들어낸 아이다. 안 되었다.

세 번째, 사건의 짜임새. 히라타 히데카즈가, 형 마사나오나 요시카즈가, 힘 없는 아버지가, 엄마 없는 나츠요가 '내가 나인 것'을 찾아가는 길. 이 모두가 대놓고 나는 내 길을 찾겠다고 수선떨지 않는다. 사건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레 모두 한가지 주제. '내가 나인 것'을 찾아갔다. 더구나 히라타 히데카즈가 내가 나인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해 혼이 빠질 정도다(ㅎㅎ). 아귀가 척척 맞는다. 대단하다.

'진실을 감추려 하거나, 맘대로 나를 주물럭거리지 마세요. 진실은 진실이고, 나는 나입니다!'라고 똑 부러지게 말하는 투덜이, 집에서만 형편없는 히라타 히데카즈를 만나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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