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남자들만 산다
고은광순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나는 기본으로 목소리를 내며 운동을 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그냥 조용조용히 자기 삶을 바꾸면서 소문내지 않고 사는 게 가장 훌륭한 삶이 아닐까 하는 어떤 강박 때문이기도 하고, 남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고 싶지 않은 성격 탓이기도 하다. 그때문에 엄마 아버지 두 성을 같이 쓰는 이름들에 전적인 동의를 하면서도 내 이름을 바꾸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과도하게 목소리를 내는 것 같아서, 삶은 그렇지 않으면서 모양만 갖추는 건 아닐까 싶어서 뭐 기타 등등.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내 반쪽짜리 성에 어머니 성을 같이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오늘 이메일 이름난에 있던 이름을 지우고 온쪽성에 이름을 붙여 고쳐넣게 되었다.

나도 이땅에서 여자로 태어나 여자로서 고민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내 뼛속에 얼마나 많은 가부장의 잔제가, 관념이 자연스레 녹아 있었는지 책을 보며 새삼 놀랐다.

남자들과 여자들 모두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서로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좋겠다. 어떤 느낌이 드는지, 책 내용에 얼만큼 동의하는지, 서로 얘기해가며 차츰차츰 바뀌어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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