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또박또박, 그러나 악랄하게"
노혜경 시인의 책에서 인용한 말이기도 하고, 안티조선운동의 모토이기도 하다.
난 그동안 이 말을 머릿속에 세뇌시켜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세뇌시키며 살아갈 것이다. 그 세뇌효과가 오늘 아침 처음으로 드러났다. 특히 '악랄하게'란 표현이 마음에 든다. 무언가 통쾌함이 묻어나는 말이다. 특히 여성의 입장에서는...
오늘 아침 그동안 묻어두었던 말을 누군가에게 해야했다. 오늘이 아니면 내일은 없다는 각오로 서릿발 내린 아침, 차문을 열고 출근길을 나섰다.
긴 여정이다. 지난 주부터 지금까지. 아니 입사후부터 지금까지. 이 일의 발단은 지난 주 불거진 동료 여직원들과의 마찰에서 비롯되었다. 여성의 적은 여성인가. 스스로 반문했다. 직장에서 여성들끼리 언성을 높이는 것은 대부분 남성들 위주의 문화에서 비롯된다. 내가 몸담은 이 직장도 그랬다. 문제는 남성위주의 사내 문화다. 그걸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의견일치를 보았지만 누구하나 나서는 이들은 없다. "그럼 니가 한번 말씀드려봐" 차가운 냉소의 말 뿐이다. 다들 지칠대로 지친 것 같다. 나보다 먼저 들어온 나어린 동료도, 얼마전에 대리로 승진한 관리부 선배언니도.
"부장님, 이시간이후부터는 개인적인 차심부름은 하지 않겠습니다" 이 한마디가 그렇게 힘이 들었던 것일까. 편지를 썼다. 구구절절. 담담하게. 그리고 말하지 못하고 편지를 쓰게 된 이유에 대해 나름의 단서를 붙였다. 다른 동료직원들도 있으니 부장님 입장 난처하지 않게 하기위해서 이런 방법을 택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물론 상사는 흔쾌히(?) 받아들였으나, "말로 하면 될걸 뭘 이렇게 썼느냐?" 였다.
가진 자의 저 여유... 다시 한번 뼈져리게 느낀다.
당당하게 요구하려면 더 악날해져야 한다.
더 악날해져야 상대방이 만만하게 보지 않는다.
괜히 상대방 입장 생각해 줄 필요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