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에서의 해맞이... 인생이 '길' 인걸

6시가 가까워오는  시각이지만, 깜깜한 밤이다. 어제 사진동호회 사람들과 해돋이 사진을 담으러 가기로 하고, 집을 나서는 길이다. 만나기로 한 약속장소에 가봤지만 아무도 없다. 밤사이 약속이 취소됐단다. 헉~이럴수가. 새해 첫날을 이렇게 맞을 수는 없다는 오기가 생긴다.

날이 어슴프레해져온다. 근처 25시 편의점에 들러서 요기꺼리를 샀다. 개목사로 가기로 했던 원래 일정은 포기하고, 안동에서 해를 가장 일찍 볼 수 있다는 '일출암'으로 가기로 했다. 시에서 오늘 일출기념행사를 한다고 했다. 명색이 기자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로 가서 그네들은 뭘 소원하는지 취재도 할 수 있을거란 생각에서 였다.

일출사가 있는 녹전면 녹래리. 해맞이 행사에 참여하기위한 차량들로 줄을 섰다. 경찰이 차량통제를 한다. 도로가에다 주차를 하란다. 조금만 가면 되겠거니 하고, 일단 차를 도로옆에 붙였다. 한 20분 남짓 걸었을까. 일출암이 있는 산 입구에 당도하니, 한 10여분 후면 해가 뜰 시각이다. 산에 오르지도 못하고 여기서 해를 보겠다 싶다. 머리를 굴렸다. 올라가면서 해를 보고, 일출암까지 갔다 나오는 차에 밀려 고생을 하느냐, 차라리 여기서 단념하고 돌아가는 길에 해를 보느냐. 후자를 택했다. 다행히(?) 나오는 차가 있다. 다정한 여인사이다. 새해 처음으로 대하는 사람이다. 부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한다, 차가 있는곳까지 얻어타고 와서 "복받으라"고 답례를 하고 빠빠이를 했다.

그시간 까지 라됴엔 석희아저씨가 새해 첫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시선집중 날씨정보에서  리포터가 자치단체에서 주최하는 해맞이 행사를 찾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나도 "내년엔 꼭 새해 첫 일출을 보러 오는 사람들의 표정을  취재하러 와야지" 다짐한다.

도로위에서 잠시 라됴를 들으며 주변 풍경을 내다봤다. 나 있는 곳은 아직 어슴프레하다. 부옇게 해가 떠오르려고 한다.  북후면 어딘가 도로위에 세워둔  장승과 솟대가 운치를 더해준다.  '여기서 사진 찍어도 멋지겠는걸" 위로를 한다.  곧 말갛게 고운 얼굴을 볼 수 있겠거니, 그러면 사진 한장 담아야지... 그러나 8시가 넘어도 해가 뜨지 않는다.  '산에 가려졌나?'

 

 

 

 

 

 

 

 

 

 

 


 

과연 그랬다. 도로를 따라 좀 가봤다. 해는 이미 떠올라 있었다. 이렇게...


 

 

 

 

 

 

 

 

 

 

 

 

길위에서 맞는 새(?) '해'도 가히 나쁘지 않았다. 인생이란 게  어차피 '길'이 아닌가.  바다든 산이든, 아니면 막히는 영동고속도로든... 고대하던(?) 해를 봤지만 별다른 감동은 없다.  

갑자기 피곤이 몰려온다. 돌아가는 길, 옥산사 마애미륵보살상 이라는 문화재 간판이 보이길래 자연스레 옥산사 가는 길로  들어섰다. 내친김에  옥산사 부처님 얼굴을 뵙고 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일전에 문화지킴이에서 '안동지역의 불교문화'에 대한 강좌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강좌를 들으면서 옥산사 한번 가봐야지 했던 기억이 떠올라서였다.
 

 

 

 

 

 

 

 

 

 

 

 



옥산사 표지석이 보인다.


 

 

 

 

 

 

 

 

 

 

 

 

 

 

 

 

 

길은 좁았다. 여기서 부터 걸어올랐다.



 

 

 

 

 

 

 

 

 

 

 

 


 

 

 

 

 

 

 

 

 

 




 

미륵불에 깃든 소박한 바램들...아이러니

가파른
산중턱에 자리한 옥산사. 절집 치고는 너무나 초라하다. 부엌이 딸린 3칸짜리 슬레이트 지붕의 요사채 1채와 석탑 1기, 그리고 법당이 있을 법한 건물 한채. 단촐하면서도 다른 절집과는 사뭇 다르다.  실은 올라가는 내내 요란한 뽕짝스타일의 불가(불교가요)가 울려 퍼지고 있어서, 도대체 어떤 절집일까, 내내 궁금했었다.  고스넉한 산사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고정관념을 깨는 절이다.  예사롭지 않다. ㅎㅎㅎㅎ

 

 

 

 

 

 

 

 

 

 

 

 


옥산사에서 내다본 인간세계의 모습이다.  플라타너스 나무 앞에서 반짝이는 해를 바라보았다.그런데 도대체 마애부처님은 어디에 계시는 것이냐.  미륵불이니 서쪽에 있겠지. 태양 반대편 언덕배기 어딘가로 계단이 나있다.   과연 그곳에 가부좌를 틀고, 바위에 꽂꽂이 앚았다.  

 

 

 

 

 

 

 

 

 

 

 

 

 

옥산사 마애불은 신라시대의 불상로 알려져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미륵불을 찾았을 터이다. 안동지역에 미륵신앙이 어떻게 전해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미륵신앙은 부패한 종교계의 새로운 신앙으로 한때 추앙 받았던 것은 사실이다. 

현세의 건강과 학업성취를 비는 연등을 경내에 달아놓은 것을 보니 인간사의 아이러니라는 생각도 든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 내일을 관장하는 미륵에게 오늘의 안녕을 빈다니 말이다.  


 

 

 

 

 

 

 

 

 

 

 

 

어쨌든 미륵불을 둘러보고 경내로 내려오니,
옥산사 보살님께서 떡국을 한그릇 말아주셨다.
옥산사에 온 보람이 있다.
속이 든든하니 사는 게 긍정적으로 보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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