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뉴스 (펌)

정치웹진은 '논쟁의 게토', 논객은 권력추종

정치웹진 공론장의 기능 심각하게 훼손당해, '당파성은 논쟁거리 아닌 응징거리'
현실정치 개입 편가르기 심화시켜, 대안미디어 실종 정치전략가들의 진지역할만
 

21세기에 들어선 이후 한국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인터넷의 정치의 활성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피씨통신시절부터 온라인상에는 정치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곤 했으나, 2002년 대선과정을 거치면서부터는 사이버 정치는 주변부에서 벗어나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세력이 되고 있다.

이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정치칼럼웹진의 등장이다. 대선 직전인 2002년 10월 문을 연 대표적인 정치칼럼사이트인 <서프라이즈>는 네티즌들에게 단순히 정치를 둘러싼 논쟁의 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논리를 생산, 유포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토론회 모습     ©브레이크뉴스

때문에 한때 정치칼럼웹진은 '조중동'으로 상징되는 거대언론이 독점하고 있던 담론형성능력을 대신하는 ‘대안 미디어’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기도 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1년이 지난 현재 정치칼럼웹진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서프라이즈, 동프라이즈, 남프라이즈 등 각자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사이트를 정하고 전폭적인 지지와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를 표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더 이상 ‘미디어’로서의 기능은 없어졌다고 단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이들 정치칼럼웹진은 정치권의 정당들과 궤도를 같이하면서부터 본격적인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더불어 정치칼럼웹진이 컨텐츠 생산자들인 인터넷 논객이 ‘당파성’을 취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논쟁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브레이크뉴스>가 창간 5주년을 기념해 27일 주최한 ‘인터넷 논객들의 당파성,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발제자들과 토론자들은 ‘정파 종속적 당파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기형 연구위원     ©브레이크뉴스
한국언론재단 미디어연구팀의 이기형 연구위원(언론학 박사)은 이날 발제를 통해 “현재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치열하게 진행중인 언론의 역할과 정치권력의 정당성을 둘러싼 싸움은 인터넷상의 정치담론의 공론장이 지나치게 좁게 정의된 정치적인 이해관계나 파당성(partisanship)에 의해 혼탁해지거나 극단적인 언설과 비난을 만들어냄으로써 민주적인 공론장으로서의 정치웹진의 기능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그러나 “당파성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지나친 당파성이나 특정 노선이나 정치집단에 대한 성찰없는 추종이 더 문제”라며 “논객사이트 내에서 지나친 정치적인 편향이나 경향성에 의해 공론장으로서의 기능이 훼손되거나 비생산적인 측면으로 논쟁이 흐를 가능성을 조정하거나 정화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결론적으로 “정치웹진이 표피상의 객관주의나 양시론이 아닌 어느 정도의 당파성과 정치적인 경향성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현실개입적인 글과 정치적인 연설들을 제공하는 것은 보수적이거나 상업화된 언론매체가 아직도 강세인 현재의 오프라인 미디어 지형을 고려할 때 강점이자 웹진들의 존재이유”라면서 “그러나 시비와 편가르기가 주를 이루고 숙의(deliberation)가 결여된 웹진의 공간은 ‘논쟁의 게토’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스스로가 유명 인터넷 논객인 변희재 <브레이크뉴스> 기획국장은 “일부 인터넷 논객들은 더 이상 논객이 아니라 사실상 정치인”이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변 국장은 “강준만 교수가 DJ지지라는 당파성을 드러내는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6가지 원칙이 분명히 있었고, 이후 DJ가 6가지 원칙에서 벗어나자 강하게 비판하기 시작했다”며 “최근 논객들은 당파성을 띄고 있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추종하고 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더불어 “일부 논객의 당파성 여부 문제는 논쟁거리가 아니라 응징거리”라고 주장했다.

변 국장은 더불어 “나는 노무현 정부가 정치개혁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내가 파병에 반대하며 정권비판의 글을 쓰면 곧바로 '반노'로 규정하고 '민빠'(맹목적인 민주당 지지자)라고 부른다”며 인터넷에 만연된 편가르기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변희재 기획국장     ©브레이크뉴스
변 국장은 마지막으로 “시장의 논리로 지나친 당파성을 정당화하는 것은 조선일보식 논리”라며 “한 인간이나 권력에 대한 올인(all-in)이 아니라 명확한 정책 방향을 잡고 그 기준으로 지지와 비판을 결정하는 당파성을 확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최내현 <미디어몹> 편집장(전 딴지일보 편집장)은 “당파성의 문제는 옳음과 그름의 문제라기 보다는 가치상대주의적인 입장에서 문화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최 편집장은 “인터넷 논객이 플레이어(player 선수)의 역할을 맡게 되면 우리편이 어떻게 해야 유리한가에 매달리는 전략전술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며 “이것은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의 ‘~감상법’ 같은 글쓰기와 같은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최 편집장은 “정치칼럼사이트가 등장하면서 인터넷 논객이라는 새로운 직업군이 생겼음에도 이에 대한 위상정립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논객에 대한 위상정립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최 편집장은 “서프라이즈 서영석 대표가 종종 ‘특종’이라며 글을 쓰곤 하는데, 칼럼니스트는 고급정보를 접해야 할 필요성이 없으며, 오히려 일부러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정무 <민중의소리> 편집장은 “최근 인터넷 논객의 글에는 현장과 대중이 결여돼 있다”며 ‘2002년 대선당시만 해도 인터넷 논객의 글에 현장과 대중이 담겨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편집장은 “인터넷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권 문법’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그 문법에 따르면 스스로가 한 발 물러선 것처럼 느끼게 되고 팩트를 왜곡시킨다”고 말했다.

이 편집장은 그러나 “인터넷 정치 논객의 글은 제도권 문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성회 e-politics전략연구소 소장은 당파성에 대해 “김대중 주필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 봉사하는 것과 서영석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에 봉사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가”라며 “오히려 지금은 훨씬 더 뻔뻔해졌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김 소장은 “인터넷은 미디어적 속성과 정치전략의 무기로서의 속성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에 당파성을 갖는 것이 필연이지만, 현재 몇몇 사이트들은 미디어적 속성은 거의 없고 ‘정치전략가들의 진지’ 역할만 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더불어 “인터넷 논객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권력과 대중으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하다”며 “현재의 퇴행적 당파성은 단지 추종주의”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마지막으로 “인터넷 정치칼럼사이트가 계속된 분화과정을 겪는 것은 퇴행적 파당성으로 인해 대중 스스로가 논객을 거부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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